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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오락실 알바하면서 인상깊었던 손님

Submitted by skagns on 2009. 9. 10. 06:21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리뷰와 이런저런 생각만 적다가 이렇게 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하니까 좀 쑥쓰럽기도 하네요. 암튼 2002년 가을, 저는 군대를 제대한 뒤 대학 복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습니다. 가정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라 등록금과 자취하고 학기 동안 생활할 생활비를 벌어야 했는데요. 하지만 3월 복학하기 전까지 등록금 까지만이라도 모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호프집 알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차광택제도 팔아보고 막노동도 해봤지만 다 돈이 많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막노동이 가장 돈을 많이 주긴 하지만 매일 일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일하는 날보다 공치는 날이 더 많아서 결국 한달로 치면 돈이 별로 되지는 않더라구요. 복학까지 3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더이상 시급을 받으며 하는 아르바이트들로는 한달 80만원도 되지 않아 학기동안 쓸 생활비는 커녕 등록금과 자취할 월세까지도 충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일저일 알아보다가 찾은 것이 성인오락실 아르바이트입니다. 제가 일하기 위해 찾아갔던 성인오락실은 구슬이 막 돌거나 하는 그런 것은 아니고 777 맞추는 그런 기계였는데요. 하루 12시간 2교대로 하는데 월급이 당시 100만원이라 3개월만 하면 등록금과 한달 월세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12시간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것이 좀 힘들고, 손님이 잿팟이 터지면 소리 지르면서 잭팟 멘트를 외치는 것이 쑥쓰러운 것을 빼고는 할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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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미스 끼 블로그>

그렇게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낮에 오는 사람들은 소위 명함에 사장이라고 파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구요. 그런 사람들에게 영업하기 위해 오는 자동차 판매 영업직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오는 사람들은 직장인들이 많았는데요. 저녁 7시 이후면 가득 차서 대기표받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새벽 3-4시까지 계속하다가 가는 사람들이 많았구요. 영업은 새벽 5시까지였는데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따볼려고 청소하고 셔터 내리는 순간까지도 앉아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단골손님들이라 매일같이 보고 일하면서 친해지기도 했지만 속된말로 말하는 진상짓을 하는 손님들도 많았는데요. 돈을 좀 잃게되면 기계 조작이 아니냐 돈 내놔라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쫒겨나더라도 다음날이면 또 어김없이 찾아왔는데요. 언제 그랬냐는듯 또 게임을 즐기더군요.

암튼 그렇게 잃다가 간혹 한번씩 게임에서 이겨 딸때면 세상을 다가진 것 마냥 좋아하는데요.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박카스 한병씩 돌리기도 하고 일하고 있는 저에게도 팁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10번 잃고 한번 따도 그간 잃은 것이 만회가 되는 것도 아닌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참 안타깝기도 하더군요. 집에 있는 가족들은 열심히 일하고 늦게 들어오는 줄 알텐데 말이에요.

대부분이 단골손님이다 보니까 손님 관리를 영업부장이 직접 하는데요. 손님 손익과 출석에 대한 것을 장부에 자세하게 기록합니다. 어쩌다 영업부장이 바쁠때면 제가 기입을 하기도 하였는데요. 장부에는 누적 손익이 적혀있는데 거기서 이익을 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명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사람들을 보다보면 일주일에 한두번 따기만 해도 좋아하고 본전만 되어도 만족하며 돌아갑니다. 자신이 점점 돈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까먹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성인오락실 내에서는 오는 손님들이 모두 별명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부에는 실명과 함께 기록하기도 합니다. 장부를 보다가 저희 아버지 이름을 본 적이 있는데요. 아버지께 성인오락실 다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지만 절대 아니라고 하시는데 그것이 정말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아버지 성함의 별명을 가진 손님이 제가 일하고 부터는 오지 않았거든요. 예전 아버지가 자주 늦게 들어오셨을 때를 생각하니 의심스럽기도 하더군요.

암튼 그렇게 일하면서 정말 인상깊었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오시는 50대 부부였는데요. 별명은 별다른 특징이 없어서 그냥 아저씨, 아줌마 였습니다. 그 분들은 꼭 오실 때면 부부가 각자 10만원씩 해서 20만원을 가지고 오셨는데요. 따든 잃든 동요없이 정말 말 그대로 게임을 즐기시는 분이었습니다. 부부끼리 와서 서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항상 딱 2-3시간 정도가 지나면 미련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완전 빠져서 한번 따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부끼리 딱 2-3시간만 놀다 가는 것이 정말 보기 좋더라구요.

그렇게 제가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일단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도박을 한다는 가정하에 도박은 안 하는 것이 물론 좋긴 하겠지만 하더라도 그것을 즐길 줄 알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도박이나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는 사람의 욕심이 나쁜 것이지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이 그런 재미를 느끼는데에 따른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쓰면 잃어도 잃은 것이 아니라 즐긴 것이 되는 거거든요. 한번씩 딸 때면 당연히 그냥 좋은 것이 좋은 것이구요.

사실 이런 맘을 먹고 항상 그런 도박의 유혹에서 냉정해지기는 참 힘든 것이 사실이죠. 대부분이 욕심을 부리고 잃은 것에 집착하다보면 결국 도박중독으로 빠지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도박이라는 것이 정말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던 곳에서도 그런 단골들이 비록 저랑 원래부터 잘 알고 오며가며 보는 안면이 있는 사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결국 한 동네에 같이 살고 있는 다 이웃들인 셈이구요. 혹시 제 친구의 아버지들이 계실지도 모르는 것이죠. 또 넓게는 꼭 카지노, 경마, 경정 같은 것만 도박이 아니라 주위에서 익숙한 고스톱 같은 것도 결국 도박이 될 수 있으니깐요. 앞으로 추석도 다가오는데 친척들이 모이면 가족들끼리 고스톱을 많이 치게 될텐데요. 가족간에 맘 상하지 않게 따든 잃든 함께 모여 즐긴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도박중독예방 UCC - 두바유(두려운 미래를 바꾸는 U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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