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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발언에 불똥 튄 아이돌 그룹들

Submitted by skagns on 2009. 12. 19. 06:06

아이비가 Mnet의 '아이비백'이란 프로그램에서 모교인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멘토 특강의 일일 강사로 나갔다가, 강의 후 사석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이비가 한 발언은 바로 "노래 못하면 가수 하지마", "노래 못하는 사람이 가수하는 것을 보면 가수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그런거잖아"라는 것인데요.

후배를 위해 사석에서 조언을 해준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방송의 한 일부분으로 방영이 되면서, 사적 의견을 넘어선 공인으로써 현 가요계를 비판하는 뼈있는 말로써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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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의 그런 발언 때문에 가만히 있던 아이돌들이 몰매를 맞고 있는데요. 그럼 먼저 아이비의 발언에 따른 네티즌의 반응부터 알아볼까요?


  가창력의 기준은 아이비?  

각종 기사 및 커뮤니티들을 보면 아이비의 사생활 및 인간성을 꼬투리 잡는 악플을 제외하고, 대부분 아이비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슈퍼주니어 등의 걸그룹 및 아이돌에서 이효리, 손담비까지 언급을 하며 비아냥 거리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분명히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가수라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노래를 잘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사람들마다 다 달라 "누구는 낫네", "누구는 가수 접어라" 등 각자 가수들의 팬들 사이에도 의견이 다양한데요.

사실 누구나 "저건 아니다"라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가창력에 대한 기준과 평가는 사람들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러다 보니 "그래도 아이돌 중에 소녀시대 태연은 노래 잘 한다.", "태연도 노래 잘 하는 거 아니다." 등 한 가수를 도마 위에 올려 각자 평가하며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 비교 대상 역시 모호한데요. "김태우, 박효신 정도는 되어야 가수지.", "댄수 가수 치고는 아이비 노래 잘 하는 거다.", "아이비도 댄수가수 중에 노래 잘 하는 거 아니다. 서인영, 백지영 급은 되어야 댄수로써 가창력이 있는거다." 등 각자의 기준에서 결론없는 논쟁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단 해당 발언을 한 아이비가 그 가창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가운데 아이비가 노래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가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아이비 정도는 해야 가수다.", "아이비도 노래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할 자격 없다"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한데요.

누구나 가창력을 인정하는 신승훈, 이승철 등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논란도 되지 않았겠지만, 그것이 아직 모든 대중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아이비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노래를 잘 하는 가창력의 기준이 아이비가 되어 버린 듯한 분위기입니다.


  '듣는 노래'에서 '보는 노래'로 시대의 변화  

암튼 이렇게 당연한 말을 아이비를 통해 들으며 현 가요계의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솔직히 그 논리대로라면 "노래 잘 하는 기준을 과연 어디에 둘 것인가?"부터 "신승훈, 이승철 정도의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니라면 가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럼 현재 아이돌 대부분은 가수가 아닌 연예인인가?"까지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죠.

예전에는 노래를 라디오, 카세트 테이프로 많이 듣고, 방송에서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볼 수 있었는데요. 노래 역시 요즘처럼 수백곡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쟁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댄스 가수보다는 발라드, 락 등의 가수들이 많았었죠.

하지만 요즘은 가수가 방송에 나와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면 그것이 오히려 더 어색할 정도로 댄스가수들이 많고 많은 인기를 받고 있는데요. 또 방송을 본방 사수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다시보기 등을 통해서 수시로 볼 수 있고, 수많은 가수들이 데뷔하고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 가수들이 그 시절에는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승부하면서 듣는 노래를 했다면, 요즘 가수들은 뮤직비디오에서부터 무대 퍼포먼스까지 노래와 춤, 비주얼까지 삼박자가 다 어우러져야 하는 보는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요즘처럼 방송의 채널이 많아지고 예능 프로가 활성화되면서 끼까지 보여주면 그것 역시 가수로써 인기를 얻는데 경쟁우위가 되구요. 만능엔터테이너가 많이 나오면서 가수와 연기자, 연예인의 경계가 흐지부지됨에 따라 대중들은 해당 가수를 가수로써만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능력과 이미지를 좋아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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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못하면 가수하지마?  

이렇게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변화를 생각하다보니까 춤 잘추는 멤버, 노래 잘 하는 멤버, 끼가 많은 멤버, 비주얼이 뛰어난 멤버들이 모여 가수를 하는 아이돌이 과연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각 멤버가 모두 노래를 잘 하면 그보다 좋은 수는 없겠지만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팀으로써 가수를 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인가 하는 것이죠.

요즘처럼 단순히 좋은 노래, 뛰어난 가창력 뿐만 아니라 춤, 비주얼, 끼 등의 많은 것이 요구되는 시대에 그 모든 것을 모두 갖춘 완벽한 사람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으니까 말이죠. 물론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을 다 갖추어야만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수는 넘쳐나면서 경쟁이 심하고 보여지는 부분 역시 중요해졌기 때문에 가창력 외에도 가수로써 인기를 얻기 위해 가져야할 옵션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그래도 "난 노래만 잘 하면 돼. 음원만 팔면되지뭐. 춤이나 끼 따위 필요없어. 예능 등 방송 안나가면 되지뭐. 비주얼 상관없어. 얼굴없는 가수하면 되지뭐."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수로써 인기를 얻는 것도 중요하고, 대중의 흐름과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갈 수 있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이비 자신 역시 가창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으며 뜬 것이 아니라,  섹시 컨셉의 패션과 춤, 퍼포먼스 등이 큰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니까 말이죠. 하지만 아이비는 가창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댄스가수로써 라이브를 잘 하기 위해 러닝머신을 하면서 노래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그런 생각에 부끄럽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암튼 가수면 노래를 잘 해야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논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같이 각각 멤버의 장점이 모아 하나의 그룹으로 가수 활동하고, '보는 노래'를 하는 시대에 "노래를 못하면 가수하지마. 하면 내가 혼내줄꺼야. 노래 못하는 가수는 연예인 되고 싶어서 가수 타이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요즘 아이돌들은 모두 가수가 아닌 연예인이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덤으로] 그런데 정말 순수한 사적 발언일까?  

이번 아이비의 발언은 사적으로 후배에게 충고하는 장면에서 한 것이었고 절대적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후배를 위해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그것이 '아이비백'이라는 자신이 출연하는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한 부분으로 방영이 되었고 공개가 된 시점에서는 공인의 발언으로 현 가요계를 비판하는 발언이 된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기사가 내용이 똑같다는 것은 보도자료로 배포했다는 뜻인데, 그것이 아이비 소속사였다면 그 노림수는 바로 가요계를 비판하면서 이슈를 만들려는 것이겠지요. 아이비의 개념발언으로 호감도를 높이면서 사생활로 나빠진 아이비의 이미지를 바꾸고, 실력없는 아이돌이 판치는 가요계에서 몇 안되는 실력자로 인정받으며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가수는 노래가 최우선이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일 것입니다.
혹은 아이비 소속사가 아니라 '아이비백' 관계자가 뿌린 보도자료라면 아이비의 발언을 이용하여 '아이비백'이라는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함일테구요.

하지만 누가 배포를 했든지 간에 '아이비백'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아이비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이상 이번 아이비의 개념 발언은 어떤 식으로든 전략적 노림수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암튼 이번 아이비의 발언이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에 아이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행여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적인 발언이었다는 식의 책임회피 변명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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