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 표절설, 정당하지 못한 이유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황미나 만화가의 보톡스와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가든 사이에 표절시비 불거졌는데요. 둘다 참 좋아하는 작가라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황미나는 1980년 '이오니아의 푸른별'로 데뷔하여, '파라다이스', '슈퍼트리오', '레드문' 등 30년 간 순정만화의 큰 축을 담당했던 만화가입니다. 그리고 김은숙은 2003년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매년 1년에 한편씩,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에 '시티홀'까지 정말 그동안 대박행진을 이어오던 스타작가입니다.

둘다 각자의 영역에서 워낙에 유명한 사람들이라, 표절이라는 말 자체를 떠올리기가 참 힘든데요. 아무튼 그렇게 불거진 표절시비 속에서, 각자 구축하고 있는 팬덤들 역시 서로 설전을 벌이며 점점 분위기가 과열되어가는 모습입니다.

시크릿가든 표절설이 불거진 과정

먼저 사건의 발단은 황미나가 12월 13일 오전 6시 25분 미투데이에 "가져갈 거면 정직하게 말하고 가져가라. 이제 더 이상 소스 제공자로 살기 싫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부터입니다. 그 글을 처음 접한 황미나의 팬들은 어리둥절해 하는데요. 그렇게 팬들은 황미나가 남긴 글이 너무도 의미심장한 말이지만, 영문을 몰라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 하면서 온갖 추측을 쏟아내게 됩니다.

그러다 12월 13일 12시 35분경 황미나 공식 팬클럽에 황미나의 친동생인 황선나의 글이 업데이트 되는데요. 황선나는 '황미나가 언제까지 소재, 캐릭터, 아이디어 무료제공자로 살아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표절설을 제기하게 됩니다. 황선나는 어떤 작품이 표절을 했는지 정확하게 명시를 하지 않았지만, 글 내용 속에 시크릿가든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서들을 제시하는데요. 그렇게 캐릭터의 특징, 개연성, 에피소드 등이 황미나가 연재 중인 '보톡스'를 표절했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황미나가 언제까지 소재, 캐릭터, 아이디어 무료제공자로 살아야 할까요?"

"최근에 방송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드라마에 저의 언니이자 만화가 황미나의 네이버 웹툰 보톡스의 이것저것이 마구 나오고 있는걸 알고 계시나요...

보톡스 연재 이후,  연상연하 그것도 20살 가까운 연상연하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도 불쾌했고, 건이 비슷한 캐릭터 나왔던 모 드라마도 불쾌했지만 이건 좀 심하군요

방송되기 전 기사에서는 게임에서 사랑하는 어쩌구 저쩌구 환타지 드라마라고 해서 화들짝 했었지만, 다행히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게임에 관한 것은 빠진 채 방송되고 있지만 캐릭터의 특징이라든가 캐릭터간의 개연성... 에피소드등 보톡스의 그것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더군요

사소한 것 일수도 있지만 봉자의 발영어와 비슷한 것도 나오고.... (이것도 보톡스연재후 다른 드라마에서도 나왔지만) 패션테러- 옷에 신경 쓰다 못해 이상하게 입는 것도 나오더니 뜬금없이 영숙이의 나레이션처럼 글이 나옵니다. 그러더니...
결국 황미나의 만화 보톡스의 핵심적인 사건인... 건이의 현피 비슷한 것- 좋아하는 여자에게 심술부리고 괴롭히는 것까지 나오더군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완전 똑같지도 않은데 뭐가 큰일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아이디어 또는 에피소드 차용은 작가가 갖는 박탈감과 정신적 데미지에 있어선 완전표절보다 오히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화보다 권력이 큰 방송드라마에서 그런 것이 나오면 그렇게 뜯긴 만화는 누더기가 된다는 겁니다. 그로인해 그 만화의 순수창작물로서 사회적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얼마나 큰 피해인지 여러분이 상상하시는것  이상일겁니다. 현실적으로 2차 저작물(만화원작의 드라마나 영화 등)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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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영어는 시크릿가든에서 김사랑이 이필립과의 대화 중에 나왔던 장면이고, 패션테러리스트는 현빈의 명품 츄리닝,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심술부리고 괴롭히는 것은 바로 현빈이 액션스쿨을 찾아가 뻐대는 모습을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단서는 "방송 전 기사에 게임에서 사랑하는 어쩌구 했다는 환타지 드라마" 라는 부분인데요. 시크릿가든은 지난 6월 7일 스포츠한국의 [방송가 기상도] 안방극장 "이번엔 판타지" 라는 기사를 통해 해당 내용이 보도가 된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급기야 황미나는 14일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하던 웹툰인 보톡스를 돌연 중단하고, 대신 휴재공지를 남기게 됩니다.

"여기 저기서 보톡스를 보고 슬그머니 고쳐서 만든 것 같은 것들이 자꾸 보여서 무서워서 원고를 못 하겠습니다. 만화가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소재 제공자로만 존재해야 하는지 속이 터집니다. 이제는 정말 소재 제공을 그만두고 싶습니다. 너무나 속이 터지고 그들이 이걸 또 보는 것이 너무 싫어서 원고 못 했습니다. 독자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이미 많은 독자들을 거느리며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던 보톡스였기에, 그런 황미나의 휴재공지에 많은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다 뒤늦게, 앞서 올라왔던 황미나의 미투데이 글과 황미나 팬카페에 올린 황선나의 글이 팬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표절설이 퍼지기 시작하는데요. 이를 본 기자가 그것을 보도함으로써, 이 표절시비는 일파만파로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표절설 제기 이후 화가 난 시크릿가든의 김은숙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반박을 했습니다.

"정말 화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만화가 황미나씨께서 제 드라마가 본인의 웹툰을 ‘이것저것’ 자져다 표절을 했다고 주장하셨어요. 그 내용이 1.발영어. 2.패션테러리스트. 3.남주가 여주 직장에 찾아가 괴롭힌다. 4.시가 등장한다. 등입니다"

"황작가님께선 정말 이것이 표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번은 정말 흔하디흔한 설정입니다. ‘허당’ 캐릭터를 표현할 때 편하게 취하는 설정입니다. 정말 이것을 황작가님만 창작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번은 황당 그 자체입니다. 넘어가겠습니다"

"3번 남주가 여주 직장에 찾아가 괴롭히는 건 모든 로맨틱 드라마의 널리고 깔린 설정입니다. 모든 남주는 여주를 괴롭히다 알콩달콩으로 발전하죠. 제 전작들도 그랬고 수많은 드라마들이 그러고 있습니다. 상투적이다"

"빵을 만드는데 설탕과 우유가 들어갔다고 내 레시피를 표절했어, 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4번 시가 등장하는 부분은 엄밀히 말해 ‘시’가 아니라 책 제목으로 만든 ‘문장’입니다"

"거대한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고 책을 읽는 캐릭터의의 속마음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한 방법이라 개인적으로 제가 기특했던 씬입니다. 또한 문예창작과 출신인 제가 드라마에 ‘시’를 등장 시키는 게 왜 이상한 거죠?"

"제 데뷔작인 ‘태양의 남쪽’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드라마에선 남녀 주인공이 ‘시’같은 편지를 주고받고 여주인공은 직접 시를 낭송까지 합니다. 그럼 제가 황작가님이 제 드라마를 표절하셨네요? 하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황작가님은 조목조목 이대목 이대목이 표절이다,라고 밝히셔야 했습니다. 두루 뭉실 ‘이것저것’이라고 하신 부분은 정말 무책임하고 실망스럽습니다. 황작가님께서 본인 작품에 자존심이 있는 것처럼 저도 제 작품에 자존심이 있습니다. 정말 매우 유감입니다"

"끝으로 제가 '보톡스'라는 웹툰을 보았다면 더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한번 표절이라고 찔러 보고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행동 정말 화나네요. 이상입니다"

시크릿가든의 표절 의혹 제기, 과연 정당한가?

먼저 황미나의 보톡스는 웹툰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면서, 이미 영화용 시나리오까지 다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황미나는 매리는 외박 중이 다음 웹툰에서 인기를 얻고 그것이 드라마로 제작이 되는 것처럼, 보톡스 역시 2차 저작물(만화원작의 드라마나 영화 등)로 제작을 염두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자신의 웹툰을 표절했다고 생각하는 시크릿가든이 먼저 방영이 되면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초반부터 대박을 치게 됨에 따라 의욕을 많이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니는 너무나 오랜 시간, 너무도 많이.... 이런 문제로 시달려 왔기 때문에 떠오르는 스토리를 주체할 수 없으면서도 만화가로서의 창작 욕구를 상실하다시피 했었습니다. (어느 방송에서 나온 것처럼 불법다운로드 때문이 절대 아니지요)

그런 마음을 겨우 추스려서 다시 시작한 게 보톡스입니다. 이번엔 영화(또는 드라마)까지 가지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요.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그 모 드라마의 작태는 정말 힘이 빠지게 만드는 군요. 마음만 힘이 빠지는게 아니라 모든게 수포로 돌아갈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전 이제 언니를 달랠 힘도 명분도 없습니다. 저도 지치네요."

황미나의 친동생인 황선나가 팬카페에 남긴 글에 의하면, 그동안 황미나는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만화가는 돈에 연연하면 안된다는 시선 속에서 부당하게 지내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다 다시 희망의 꿈을 품은 것이 바로 보톡스였다고 하는데요. 영화나 드라마로의 제작을 꿈꾸며 만반의 준비를 해왔는데, 시크릿가든을 보니 보톡스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곳곳에 보여지고 있더라는 것이죠.

그렇게 황미나의 허무함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또한 보톡스는 이미 2009년 4월부터 첫 연재가 되고 있던 작품이라, 2010년 6월부터 제작 이야기가 나온 시크릿가든은 시나리오 작업을 1년여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김은숙이 보톡스를 보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황미나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것이 시크릿가든의 처음 시나리오는 지난 6월 7일 스포츠한국의 [방송가 기상도] 안방극장 "이번엔 판타지" 라는 기사를 통해서도 보여졌듯이,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과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 시나리오의 큰 축 자체가 비슷했고 또 시기상으로 자신의 것이 먼저 공개가 된 이후였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크릿가든은 시나리오가 바뀌어서 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라는 틀 자체가 바뀌어버렸지만, 이후 보여지는 내용에서도 보톡스의 특징들과 비슷한 부분이 눈에 띄고 화제가 되다보니 황미나 자매는 김은숙이 보톡스를 본 것이 틀림이 없다고 확신을 했나봅니다.

하지만 황미나 자매는 너무 감정적으로 대처를 했는데요. 물증이 없는 심증만 가지고는 결코 표절시비를 가릴 수 없습니다. 김은숙의 말처럼 조목조목 이대목 이대목 표절이다라고 밝힌 것도 아니고, 단지 정황만 늘어놓으며 표절 당했다고 주장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죠. 이는 결코 정당한 의혹 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황미나 자매의 감정적이고 어설픈 주장은 정확한 표절시비를 가리기 이전에, 시크릿가든을 물고 늘어지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식되어 버리고 시크릿가든 애청자들로부터 질타와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그나마 표절설을 주장하며 내세웠던 부분 역시 특별히 새롭지 않고, 로맨틱 드라마에서 즐겨쓰던 것들이라 김은숙에게 모두 반박을 당하고 맙니다.

만약 시크릿가든이 애초 시나리오대로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생기는 사건과 사랑 이야기였다면, 시나리오 상의 가장 큰 축과 같은 부분이기에 표절에 대한 의혹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해당 부분이 빠지고 새로운 내용으로 구성이 된 이상, 대중들은 시크릿가든과 보톡스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미나는 더욱 감정보다는 논리적이고 직접적인 표절 부분을 비교하면서 의혹을 제기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자신만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면, 언급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발영어, 페션테러리스트,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 시가 등장하는 것 모두 "황미나만 사용했던 소재이다" 라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기상으로 시크릿가든이 방영되기 전에 웹둔으로 연재가 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비슷한 부분이 몇 개 있다고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인정받기 힘듭니다.

정말 김은숙이 보톡스를 보고 아이디어와 소재를 표절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정말 대부분이 동일하지 않는 이상 "표절이다" 라고 이야기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죠. 그리고 바보가 아닌 이상 남의 아이디어를 베껴오더라도 통째로 혹은 똑같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나름 짜집기도 하고 거기에 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시나리오를 완성시켜 나가겠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황미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수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표절설을 그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못하고, 무엇하나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만 떠안은 씁쓸한 결과만 남겨버렸습니다. 황미나 자매의 성급함이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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