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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윤민수 감정폭발, 왜 조용필 충고 무시했나?

Submitted by skagns on 2011. 10. 3. 06:20


나는 가수다에서 윤민수가 처음 나온다고 할 때만 해도 저는 정말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바이브로 활동하던 윤민수의 그 독특하면서도 슬프고 아름다운 음색... '술이야', '그 남자 그 여자'. '사진을 보다가' 등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별의 슬픔에 대하여 자연스레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며 빠져들게 만들었던 그 음색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박정현에 이어 대중들에게 실력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가 등장한 것 같아, 앞으로 윤민수가 나는 가수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 지 상당히 궁금하고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윤민수는 안타깝게도 경연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처음 가졌던 그 기대감에 비해 점점 실망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는데요. 그것은 청중 평가단에 의한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윤민수는 첫 등장부터 2위를 하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요즘은 점점 그 순위가 떨어지면서 하위권으로 내려가고 있는데요. 결국 이번 7라운드에서는 1차 경연에서 5위, 2차 경연에서는 7위를 하며 탈락의 위기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윤민수 음악/방송영상 보기

  가수가 실력을 검증하고 감동주는 방법, 고음?  

윤민수가 이렇게 무너지게 된 것에는 나는 가수다가 가수들에게 주는 그 부담감과 더불어 경연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잘못된 해법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은데요. 나는 가수다에서 점점 진화하는 청중 평가단의 수준을 감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나가수에서 처음 먹히던 고음 지르기만을 고수하다가 점점 도태되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나가수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방송에서 보기 힘든 실력있는 가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요. 그리고 현장에서 각각의 가수들이 보여주는 색다르고 다양한 장르의 무대들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가요계에서 판치던 아이돌들의 노래에 답답해 하던 많은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중독성 있는 리듬에만 치중하고 기계음 섞인 음악, 의미없는 가사, 가창력보다는 퍼포먼스에만 치중되어 댄서인지 가수인지 알 수 없는 5초 가수들의 실력에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할 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 슈퍼스타 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뒤이어 나온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인데요. 가수라면 노래로 말을 하고 노래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 실력이 최우선이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화제가 되고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실력의 검증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바로 고음이었는데요. 막말로 노래를 음미함에 앞서 일단 고음만 잘 내지르면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처음 나는 가수다에서도 청중 평가단에게 가장 잘 먹히는 것은 폭발적인 고음을 내지를 때 였습니다. 이소라와 같이 폭발적인 고음보다는 감성적으로 노래를 하는 가수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느새 나는 가수다에서는 고음을 내지르는 편곡이 없으면 좋은 순위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게 되고 결과적으로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았었죠.


  나가수, 청중 평가단의 진화  

하지만 요즘 나는 가수다가 점점 방송이 될수록 청중 평가단의 수준도 점점 진화되고 있음이 느껴지는데요. 단순히 고음을 지른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보다는 전체적인 그 공연이 주는 느낌과 감동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고음 하나에만, 퍼포먼스 하나에만 현혹되어 점수를 주기보다는 청중 평가단 각자가 국민을 대표하는 평가단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나름 객관적으로 공연에서의 느낌과 감동을 평가하려 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죠.

폭발적인 고음이 없어도 매력적인 보이스와 신나는 리듬타기로 바비킴은 7라운드 1차 경연에서 1위, 2차 경연에서도 2위를 하고,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등장으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무조건 1위를 할 것만 같던 자우림은 오히려 3위, 단순히 고음을 내질러서가 아닌 자신만의 색깔인 록커로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김경호가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7라운드의 결과는 그러한 청중 평가단의 변화를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경연 순서 역시 결과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틀림이 없지만, 요즘에는 공연 순서에 상관없이 첫번째 공연을 해도 얼마든지 1위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것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청중 평가단이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윤민수는 아직도 고음을 무조건 내질러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윤민수는 단순히 그냥 내지르는 고음이 아니라 그 특유의 보이스로 인해 처절하게 울부짖는 듯한 고음을 매번 쏟아내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래를 듣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듭니다.


아무래도 나가수에서 한곡으로 한번의 무대로 현장에서 바로 순위가 결정된다는 시스템적인 부분과 쟁쟁한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연을 펼친다는 그 부담감 때문에, 윤민수는 무대에서 임팩트있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은데요. '그리움만 쌓이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같이 전체적으로 고음을 내지르는 부분이 없는 노래에도 굳이 편곡을 통해 고음을 내지르는 부분을 삽입하며 울부짖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그러한 윤민수를 보면서 너무 모든 노래에 울부짖기만 하는 감정과잉이다라며 수차례 지적을 해왔는데요. 7라운드 중간점검에도 가왕 조용필 역시 윤민수의 노래를 듣고 감정을 좀 절제하라며 충고를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역시 가왕다운 적절한 지적이었는데요. 윤민수 역시 대선배의 충고라 그런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감정을 절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7라운드 2차 경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윤민수, 왜 조용필의 충고 무시했나?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번주 윤민수가 보여준 무대는 중간점검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는데요.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 울부짖으며 이제야 내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났다는 것 마냥, 감정을 폭발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정말 실망스러운 무대가 아닐 수 없었는데요. 노래를 부르기 전 인터뷰를 할 때에도 조용필의 조언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조용필 보다는 잘 부를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그럴 바에는 내 감정에 솔직하게 부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윤민수를 보면서 자신만의 색깔과 장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가수라는 무대가 주는 부담감에 잡아먹혀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바이브 윤민수의 보이스가 매력적인 것은 고음을 내지를 때가 아닌데요. 잔잔하면서도 슬픔이 묻어있는 듯한 그 저음의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술이야', '사진을 보다가', '그남자 그여자' 등 인기를 끌었던 바이브 노래 대부분이 고음보다는 저음에서 독특한 보이스와 함께 와닿는 가사들로 감동을 주었던 것이죠.

윤민수는 그러한 자신의 색깔과 장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나가수에서 계속 이런 울부짖는 고음을 쏟아내기만 한다면, 이번 7라운드에서는 조관우의 실수로 인해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는데요.

탈락의 경계에서 자신의 잘못된 점을 뒤돌아보고 나가수에서 자신의 노래를 하는 방법을 깨달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자우림처럼, 윤민수도 조용필의 충고가 단순히 '창 밖의 여자' 한 곡에 해당이 되는 충고가 아님을 깨달아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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