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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조규찬, 모범생의 가벼운 일탈인가?

Submitted by skagns on 2011. 10. 10. 06:20


나는 가수다에 지난주 탈락한 조관우의 뒤를 이어 조규찬이 새로 합류를 하였습니다. 그동안 나가수에서는 김범수, 박정현, 윤민수 등 노래에 비해 얼굴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던 실력있는 가수들을 섭외하고, 그들이 나가수의 경연을 통해 재조명 받게 되면서 화제가 되고 가수 뿐만 아니라 나가수라는 프로그램까지도 인지도가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는 하였는데요. 이번에 새로 합류한 조규찬 역시 그러한 제작진의 의도 속에서 섭외가 이루어진 듯 합니다.

조규찬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작사와 작곡을 모두 하는 싱어송라이터일 뿐만 아니라, 음반 프로듀서로써도 활동을 하면서 대한민국 대중 음악계에서 중요한 음악가로서 인정을 받고 있죠. 또한 1989년 제 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무지개라는 곡으로 금상을 수상하면서 1990년 프로젝트 그룹 '새 바람이 오는 그늘'로 데뷔한 이후, 솔로로 전향하여 작년까지 총 9장의 앨범으로 꾸준한 음반 활동과 콘서트를 해오며 고정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데뷔 22년차가 훌쩍 넘는 숨겨진 고수 중의 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규찬 나가수 출연, 모범생의 가벼운 일탈?  

하지만 그런 조규찬이 나는 가수다에서 처음 보여준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는데요. 마치 너무 순수하면서도 세상물정 모르는 모범생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그저 공부하듯이 자신이 열심히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가, 냉정한 사회와 산전수전 다 겪은 경쟁자들 틈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가수 출연을 위해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공부하다 휴학까지 할 정도로 큰 결심을 했지만, 너무나도 순수하고 해맑아 보이는 모습에 그것이 비장한 각오라기 보다는 모범생의 가벼운 일탈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또한 조규찬에 대해서 그렇게 느껴진 데에는 단순히 그런 순수한 모습 뿐만 아니라, 그의 그런 결정과 각오의 크기에 비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나름 나가수의 무대가 주는 부담감과 긴장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지않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 긴장감만 극복하면 나가수의 무대도 다른 콘서트 등의 무대와 다름이 없다고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의 무대는 기존에 가수들이 경험하던 무대와는 전혀 다른데요. 경연이라는 시스템으로 인해 한곡의 노래로 모든 것이 그날 바로 결정나고, 관객 역시 자신의 팬들이 아닌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진 청중평가단에 의해 평가를 받는 무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곡의 노래로 청중평가단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느냐가 상당히 중요하고, 노래 한곡을 부를 때도 전략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가수의 자문위원인 김현철이 언급한 대로 나가수는 폭발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만큼 자신의 음악성과 인지도와는 별개로 한번의 공연으로 임팩트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바로 나가수라는 무대가 보여주는 장점이자 한계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즐기는 청중평가단과 이것을 방송으로 보는 시청자들 간의 평가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일단 나는 가수다에서는 음악적인 실력으로 살아남겠다? 이미 실력적으로 모두 입증이 된 뛰어난 가수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는 자리에서 그러한 생각은 자만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력은 당연히 기본 베이스로 깔고 어떻게 자신의 색깔을 잘 담아내면서도 청중평가단이 공감 할 수 있는 편곡을 해서, 라이브에서 실수없이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이죠.

조규찬은 음악적으로는 완성도도 높고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나가수에 맞는 무대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마치 자신의 팬들 앞에서 노래를 하듯이 그저 자신의 노래를 불렀을 뿐이죠. 또한 듀엣이라는 미션을 수행함에 있어 함께 시너지를 받을 수 있는 상대를 선택하여 듀엣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깐깐한 음악적 성향에 잘 맞춰줄 수 있는 상대로 박기영을 선택했는데요. 실제 무대에서도 파트를 주고 받으며 파워풀한 가창력의 박기영을 살리기 보다는, 자신이 편곡한 의도대로 자신이 완창을 하는 가운데 박기영을 마치 코러스같이 활용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그의 모습은 그의 음악적 고집이 느껴지는 모습이기도 하고, 나는 가수다라는 독특한 무대에서 라이브로 관객을 휘어잡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잘 모르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는데요. 마치 완벽한 음악을 가지고 무대에서는 그것을 실수없이 완벽하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앨범형 가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조규찬, 나가수 경연 시스템의 희생자 될까?  

역시 그런 조규찬의 일방통행은 바로 7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는데요. 이는 그가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가 못해서도 아닙니다. 나가수라는 무대가 가지는 그 성향에 대해서 이해도가 부족하고 단지 자신의 콘서트를 하려한 조규찬의 착각이 나은 결과일 뿐이죠. 아마도 조규찬의 이번 무대는 음원으로 들으면 방송을 시청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상당히 세련된 편곡으로 강한 임재범의 남성다움을 조규찬 스러운 부드러움으로 바꾸어 참 듣기 좋고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조규찬 음악/방송영상 보기

하지만 그렇게 조규찬을 이해해주고 앞으로 좋은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이번 7위는 너무도 뼈아픈 결과입니다. 중간점검을 지나 다음 2차 경연 때까지는 단 2주. 그 사이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적응하면서 청중평가단의 성향을 파악하고 관객호응도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게다가 다음주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곡도 아닌 랜덤으로 선택하는 곡이라 더욱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규찬을 보면 "이제야 나가수에서 청중평가단이 원하는 노래를 하는 방법을 알았다"며 마지막 경연에서 4위를 하고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서 탈락을 해야만 했던 김연우가 떠오르는데요. 오히려 김연우보다 더 잔인하게 조규찬은 그런 깨달음을 느끼기도 전에 나가수 경연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나는 하룻강아지다. 아무것도 모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칼처럼 냉혹할 것이다. 그 칼이 내게 온다면 상처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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