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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미실은 왜 불나방이 되려 하나?

Submitted by skagns on 2009. 10. 2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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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은 평생 이루고자 하던 꿈이 왕후였습니다. 그러나 번번히 실패를 하고 어느새 미실은 꿈이 없는 단순히 가진 것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미실에게 덕만의 등장은 그런 삶에 있어 활력소가 되는 재밌는 장기판 속의 말이었는데요. 덕만을 시험하고 힌트를 주면서 덕만의 대응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미실이 그렇게 덕만을 놔두며 즐길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더라도 미실에게 덕만은 마치 모기처럼 물리면 가렵고 귀찮지만 죽거나 살아가는데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는데요. 어느새 덕만은 뇌염모기로 변하여 자신의 입지마저도 흔들며 위협할 존재로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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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이 그런 위험한 존재로 바뀐 것은 바로 여자의 몸으로 직접 왕이 되겠다고 했기 때문인데요. 당시로써는 여자가 왕이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상황이기 때문에 미실은 그런 것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계산 범위를 휠씬 넘어선 덕만의 그릇 크기를 비로서 가늠하게 됩니다. 자신은 기껏해야 남자 뒤에 숨어 있는 왕후가 꿈이었고 아무리 힘이 있어도 그것마저 이룰 수가 없었는데요. 덕만은 가만히 있어도 왕후가 될 처지인데 그것을 넘어 자신이 직접 왕이 되려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미실은 덕만의 그런 생각에 놀라긴 했지만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막기 위한 계략을 세우는데요. 미실은 덕만이 왕이 되지 못하게 남자 왕족인 춘추를 내세우게 됩니다. 춘추는 비록 족강이 되어 진골이라 하나 원래 어머니 천명공주인 성골의 피를 이었기 때문에 왕이 될 명분은 충분했기 때문이죠. 또한 춘추는 어리기 때문에 충분히 맘대로 다룰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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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서 춘추가 공개 석상에서 폭탄 발언을 하게 됩니다. 바로 골품제도는 다른 어떠한 나라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천박한 제도라고 해버린 것이죠. 여기서 미실은 춘추 역시 발톱을 숨긴 새끼 호랑이였다는 것을 간파하게 되고 자신이 춘추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춘추가 미실을 이용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지만 미실이 정말 놀란 것은 어린 춘추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은 당연히 꿈꿀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덕만이 부러웠던 이유인 그 골품제도를 춘추는 그렇게 간단히 부정해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만에 이어 춘추에게까지 2연타로 뒤통수를 맞음에 따라 미실은 자신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는 덕만과 춘추를 보고, 부러움과 동시에 자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나하는 생각에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하루종일 잠을 자며 그간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상식 그 이상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게 되죠.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 생각을 정리한 뒤, 자신이 항상 무언가 큰일을 결정할 때면 갔었던 곳으로 비담을 데리고 청유를 떠나게 됩니다. 거기서 미실은 모든 것을 정리하며 자신의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요. 바로 자신 역시 여자의 몸으로 골품제도를 뛰어넘어 직접 왕이 되기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돌아온 미실은 세종과 설원 등에게 직접 자신이 왕이 될 것을 선언하고 쿠테타를 준비하게 되는데요. 미실은 쿠테타를 준비함에 있어 기존과는 다른 치사한 방법까지 이용하며 억지로 자신이 군사를 일으킬 명분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여기서 미실은 미생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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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님답지 않은 일입니다. 당대의 평가가 어떻든 누님은 역사 속에서 평가가 빛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허나 이 일은 그 모든 것들을 허물어트릴 수 있습니다. 세상은 누님에 대해 비난도 하고 무서워도 하고 합니다만 누님께서는 평생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허나 이 일은 이에 맞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요. 한번, 한번은 이에 맞지 않는 일을 했습니다. 사다함. 그 사람과 연모를 했고 모든 걸 버리고 도망가려 했었습니다. 그건 이 미실의 이와 맞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 이후로 미실은 이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왜 이제와 그러시는 것입니까?"

"그 때와 같은 마음입니다. 사다함을 연모하던 마음과 비슷한 마음입니다. 이 미실도 이를 버리고 꿈을 쫓는다. 부서지더라도,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질 것이다. 뭐 그런 것."


그동안 이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며 절대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미실이 예전 사다함을 연모하여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릴 각오로 사랑을 쫓고 무모했던 그 때의 마음으로 이번 쿠테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치 불에 타죽을 것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미실은 자신이 왕이 되겠다 하였으나 과연 정말 자신이 왕이 되려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검술에 있어 뛰어난 스승은 제자가 자신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자신의 목숨을 걸고 희생하며 제자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준의 스승 역시 자신의 몸을 허준에게 내어주며 해부를 하도록 하여 허준의 의술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였구요.

일전에 덕만은 왜 미실의 시대에는 발전이 없었는지에 대해서 미실과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실은 바로 주인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백성을 자신의 아이처럼 보살피지 못하고, 남의 아이를 키우며 귀찮아 하듯 질책하고 다그치기만 해서 그렇다는 것인데요. 이 때 미실은 과연 자신이 잘못한 것인가 헷갈릴 정도로 덕만의 그 말은 미실에게 크게 와 닿고 깨달은 바가 컸죠. 그런 와중에 자신은 상상을 할 수도 없었던 덕만이 왕이 되려고 하는 것을 보고 덕만의 그릇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춘추 역시 골품제도를 천박하다고 하며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자 그들의 시대가 왔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미실이 이처럼 불나방처럼 죽을 줄 알면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신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제와 신라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 하기엔 이미 늦어버렸고, 어짜피 그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면 그동안 자신으로 인해 잘못되어 있던 세력의 분배라든지 권력의 집중을 자신의 손으로 리셋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이후 나라를 다스리는 누군가가 원하는 데로 나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말이죠.
 
미실은 비담과 청유를 떠나며 모자간에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비담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는데요. 비담을 통해 다시 한번 덕만의 그릇에 대해서 확신하게 되고, 자신의 아들이 사랑하는 덕만, 그리고 비담 속에 숨겨진 발톱과 그 야망을 발견함에 따라 그들이 후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 같습니다. 미실이니까 미실의 방법으로 가장 독하고 치사하고 비열하면서 강하게 말이죠. 아마도 자신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그릇의 크기가 왕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며 차라리 자신에게 무너져라는 각오로 말이에요. 마지막이기에 더욱더 절실하게 인정사정없이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자신이 왕후가 되어 만들려했던 신라를 덕만이 춘추가 비담이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번 그 꿈을 쫒는 것이죠. 부서지더라도 옥이 깨지듯 찬란히 부서지며 그들의 시대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역사는 미실을 악녀로 기록하지만 그래도 그녀 나름대로 신라를 다스리며 만들고 싶었던 이상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은 비록 이제 나이가 들고 그동안 왕후가 되지 못해 실행하지 못했던 그 이상을 다음 시대를 다스리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자신이 직접 불나방이 되려 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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