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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마지막회, 그래도 희망은 있다

Submitted by skagns on 2010. 3. 2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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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가 24회를 끝으로 종영하였습니다. 마지막회는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정말 장혁의 카리스마에 잡아먹힌 듯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황철웅을 제외하고 제 예상대로 세가지 세상을 꿈꾸던 커플들은 민폐녀(?)들만 살아남았는데요. 마지막에 초복이가 "저기 뜨는 해는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들의 것이다"라고 하며 해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그녀들에게 남겨진 희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추노, 마지막에 민폐녀만 살아남는 이유


  업복이 "나는 개죽음 당하지 않을거라니"  

추노의 경우 어느 정도 비극을 예상할 수 있었고 주인공들의 죽음이 예상이 되었지만, 유독 제가 그들이 죽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업복이었습니다. 업복이는 저격수였기에 분명히 마지막에 어떠한 저격이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을 했지만, 그것이 이경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업복이의 죽음에 가장 어울리는 마지막 저격은 노비당의 '그분'을 사주하고 노비당을 이용해 왕을 설득시켜 추세와 호적 정리로 도망노비와 은루자를 북방으로 보내서 축성하려는 이경식이 가장 적격이더라구요. 정말 탄성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사실 저는 처음에 "업복은 대길을 오해하며 죽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송태하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런 작은 그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점 회를 거듭할수록 업복이와 대길, 송태하는 거리가 멀어지더군요. 결국 각자의 이야기로 각자의 결말을 향하는, 각자가 원하는 세상이 궁극적으로 같은 꿈으로 각자의 신분계층에서 모두가 노력하고 희생하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야~ 궁궐 문 한번 엄청시레 크더라니. 그냥 바라만 봐도 오줌이 잘근잘근 나오는기. 우리가 무신 배포로 거길 쳐들어가자고 했을까? 안 그러나?"

"나는 개죽음 당하지 않을거라니"

"우리가 있었다고, 우리 같은 노비가 있었다고, 세상에 꼭 알리고 죽으믄. 그렇게만 되믄. 개죽음은 아니라니. 안 그러나? 초복아?"

그렇게 궁궐 문 앞으로 총 4자루를 가지고 간 업복은 이를 지키던 포졸들을 저격하고 궁궐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열등감으로 변절한 선비를 저격하고, 뒤에 숨어있던 이경식을 겨누게 되죠. 이를 막으려 칼을 들고 뛰어드는 '그분'을 저격하고, 여유있게 총을 손질하며 총알을 넣고 다시 장전하여 이경식을 저격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잡히지만 그런 업복을 쳐다보는 노비는 주먹을 쥐며, 업복이 같은 노비가 있었다고 기억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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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는 총한자루를 품에 안고 도망노비들이 모여사는 월악산으로 가게 되고, 도망노비들과 함께 살게 됩니다. 초복이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은실이에게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은실아. 저 해가 누구껀지 알아?"

"우리꺼, 왜나면 우리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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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업복이와 초복이 가지고 있던 그 꿈을 은실이에게 알려주고 전해짐으로서, '그들이 바라고 꿈꾸던 세상'을 향해 남겨진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황철웅 "너까지 날 비참하게 만드는구나"  

황철웅은 어느 순간부터 매트릭스의 백신 스미스처럼 바이러스인 송태하를 잡으로 다니게 되는데요. 이에 돌연변이 대길에게 발목이 잡히면서 버그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동안 황철웅은 송태하처럼 곧은 충성심이 아닌 자신의 야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는데요. 그래서 뇌성마비에 걸린 이경식의 딸과 혼인을 하고, 송태하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는 세자를 구할 때도 한발 물러서 사태를 관망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황철웅은 송태하에 밀려 2인자 인생이기도 했는데요. 송태하와 동문수학해 나란히 무과에 합격하고 함께 훈련원에 들어가지만 늘 송태하의 그늘에 가려 2인자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송태하의 말투와 행동에서 자신을 깔보고 무시함을 느끼고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제주도 대결에서 참패를 하고 굴욕적으로 살아남게 되면서 그의 분노는 절정에 이르게 되죠.

그렇게 송태하에게 집착하게 되면서 황철웅은 점점 광폭해지는데요. 마지막에 청나라로 도망가는 송태하를 따라잡고 다시 한번 송태하와 싸우게 됩니다. 숫적으로 열세인 송태하 일행은 전멸하고 송태하 역시 심한 부상을 입게 되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대길이 나타나 송태하를 구해주게 됩니다. 송태하와 혜원이 원손과 함께 도망칠 수 있게 대길이 황철웅을 막아서게 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서로 부상을 입게 되죠.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그게 전부냐?"

"너까지... 너까지 날 비참하게 만드는구나"

"됬다. 내가 이겼다. 다 끝났다. 돌아가자"

도망간 송태하를 쫓으려는 부하를 만류하고 돌아온 황철웅은, 자신이 그렇게 무시했던 아내 이선영 앞에서 피묻은 손으로 아내의 손을 잡으며 오열을 합니다. 열등감으로 송태하를 잡기 위해 집착하면서 자신의 야망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송태하를 잡고 죽이는 것이 송태하를 넘어서 1인자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자신에 대한 한심함과 초라함에 절망하게 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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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천지호가 황철웅의 집에 들어와서 아내 이선영에게 했던 "당신 남편이 악귀로 변해가는 걸 죽지말고 지켜보는 것이 자신의 복수"라는 그 말이 생각나는군요.

암튼 그렇게 황철웅은 비로서 집착에서 벗어나고 열등감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야망 혹은 신념을 위해 노력할테지요.


  송태하 "혜원이, 언년이 두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될 그..."  

송태하는 철저하게 양반의 입장에서 양반 노비의 구분이 명확한 가운데, 살기좋은 부국강병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세상을 바꾸려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혜원을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데요. 혜원이 양반이 아닌 노비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정해 보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내 주위 가족들이 살기좋은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노비였던 혜원을 포함시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게 결국 송태하 역시 노비도 사람이고 살기좋은 세상은 노비든 양반이든 모두가 근심 걱정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암튼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송태하는 반드시 원손을 살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 대길과 함께 한양으로 가서 원손이 면책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려하지만 무위로 끝나게 됩니다. 결국 청나라로 도망가기로 결정을 하고, 짝귀 산채에 있던 혜원과 원손을 대길에 의해 짝귀를 호위삼아 불러내게 되죠. 그렇게 떠나려는 순간 황철웅이 나타나 싸우게 되고, 송태하는 혜원을 지키려다 칼에 찔리게 됩니다.

대길이 나타나 구해주면서 퇴로를 열어주고, 송태하와 혜원, 원손은 그길로 빠져나와 도망을 가게 되지요. 하지만 상처가 심한 송태하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더이상 도망을 칠 수가 없었는데요. 더이상 혜원을 혼자두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혜원과 원손만을 청나라로 보낼 수 없기에 청나라로 떠나지 말자는 말을 하게 됩니다.

"부인, 내 뜻을 따라주겠오?"

"청나라, 가지 않겠습니다. 이 땅에 빛을 너무 많이 져서, 이 땅을 떠날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인, 그리 말씀해주셔서. 금방 회복될 것입니다. 다 나으면 좋은 세상 만들어야 지요. 혜원이. 언년이. 두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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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송태하는 그렇게 꿈꾸던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혜원과 원손을 살림으로서 자신이 꿈꾸던 세상이 남겨진 그들로 하여금 전해지게 됩니다. 청나라로 떠나지 않은 원손은 귀향살이를 하게 되지만, 인조가 죽고 효종이 즉위하여 효종 7년 귀향에서 풀려나게 되죠.


  이대길 "이렇게 좋은 날에 노래나 불러봐라"  

세상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대길의 꿈은 언년이를 찾아서 최장군, 왕손이와 함께 모여 양반, 상놈, 노비 구분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었는데요. 그렇게 찾아헤매던 언년이는 세상에서 없어지고, 송태하의 아내 혜원이 남아있음에 절망하게 됩니다.

송태하와 체력이 다해서 쓰러질 때까지 싸우기도 하면서 자신을 죽이지 않는 송태하에게서 남자다움과 언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언년이를 노비 언년이가 아닌 양반 혜원으로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그렇게 언년이와는 인연이 아님을 인정하게 되고, 언년이가 혜원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송태하를 돕게 됩니다. 송태하를 돕는 과정에서 대길은 송태하와 진심으로 교감하게 되고, 언년이와 송태하가 원손을 데리고 청나라로 도망갈 수 있도록 배까지 마련해 주게 됩니다. 예정된 시간에 배를 타러오지 않는 것에 안 좋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대길은 달려가 송태하와 언년이를 구해주게 되죠.

"어여 데려가라. 살아서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 그래야 다시는 우리같은 사람 나오지 않지"

"언년아. 꼭 살아라. 니가 살아야 나도 산다. 어여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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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또 다시 도련님을 두고 이렇게 떠납니다.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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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길은 황철웅을 물고 늘어지면서 언년이와 송태하를 탈출 시키고, 뒤늦게 합류한 관군에 홀로 맞서며 언년이와 송태하가 세상을 바꾸기를 바라며 목숨을 내던지게 됩니다.

"언년아. 언년아. 잘 살아라. 너의 그 사람 너의 그 아들과,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다시 만날 때 어찌 살았는지 얘기해주렴. 나의 언년아.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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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치고 설화는 뒤늦게 대길에게 오는데요. 다 죽어가는 대길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미안하다며 이제껏 한번도 불러주지 않았던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노래를 불러보라는 말에 설화는 밀양아리랑을 울면서 부르죠. 결국 대길은 숨을 거두게 되고, 설화는 계곡 근처에서 진주 난봉가를 부르며 대길의 돌무덤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대길을 위해 만들었던 옷을 돌무덤에 덮어주며 무덤에 엎드려 소리내어 울죠.

"조잘조잘. 우리 꼬맹이 왔구나. 왜 따라왔어 이년아. 어여 니길 가야지"

"고년참. 솜씨하고는. 미안하다. 설화야. 내 이렇게 깜깜하니까 니 마음 한자락 못 알아들었네. 울지마라. 니가 울면 내가 진짜 죽는 거 같잖아"

"이렇게 좋은 날. 이래 좋은 날에. 노래나 노래나 불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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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난봉가

울도 담도 없는 집에서 시집살이 삼 년만에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 얘야 아가 며늘아가
진주 낭군 오실 터이니 진주 남강 빨래 가라
진주 남강 빨래 오니 산도 좋고 물도 좋아

우당탕탕 빨래하는데 난데없는 말굽 소리
고개 들어 힐끗 보니 하늘같은 갓을 쓰고
구름 같은 말을 타고 못 본 듯이 지나더라

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
집이라고 돌아와 보니 사랑방이 소요하다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 얘야 아가 며늘아가
진주 낭군 오시었으니 사랑방에 나가 봐라

사랑방에 나가 보니 온갖 가지 안주에다
기생첩을 옆에 끼고서 권주가를 부르더라
이것을 본 며늘아가 아랫방에 물러나와
아홉 가지 약을 먹고서 목매달아 죽었단다

이 말 들은 진주 낭군 버선발로 뛰어나와
내 이런 줄 왜 몰랐던가 사랑 사랑 내 사랑아
화류곗정은 삼 년이요 본댓정은 백년인데
내 이럴 줄 왜 몰랐던가 사랑 사랑 내 사랑아

너는 죽어 꽃이 되고 나는 죽어 나비되어
푸른 청산 찾아가서는 천년 만년 살고 지고
어화둥둥 내 사랑아 어화둥둥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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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1649년 여름, 인조는 제위 27년만에 승하한다. 세자 봉림이 왕위를 이으니 이가 바로 효종이다. 효종 6년 1655년을 끝으로 도망노비를 쫒는 노비 추쇄는 중지되었고, 다음해 석견은 귀향에서 풀려났다.

대길에게 남은 희망이란 언년이가 살아남아 행복해지는 것이었는데요. 대길은 목숨바쳐 언년이와 원손을 구해내고, 효종이 즉위한 뒤 추노를 중지하고 원손 석견을 귀향에서 풀어주게 됩니다. 이 지랄같은 세상에서 우리 같은 놈들만 없어져도 살만할 것이라던 대길의 말대로 세상이 바뀐 것이지요.

그렇게 바뀐 세상이 과연 살만한 세상인지는, '한 많은 년' 설화가 대길을 평생 기억하고 살아가며 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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