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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숙종에게 동이는 어떤 존재일까?

Submitted by skagns on 2010. 4. 14. 06:55

동이에서 숙종(지진희)과 동이(한효주)의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데요. 숙종 특유의 깨방정과 숙종이 왕인줄 모르는 동이의 왈가닥한 모습이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사실 숙종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절대군주였습니다. 조선 역사상 환국을 거듭하며 가장 치열했다던 붕당정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개국 300년 만에 최초로 왕권을 확립한 무서운 왕이었죠. 동이에서는 가벼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하는듯 하지만, 동이에서도 숙종의 그런 웃음 뒤에 숨겨진 카리스마와 차가운 머리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8회에서 그런 모습이 잘 보여졌죠. 장옥정과 바둑을 두는 자리에서 숙종은 장옥정의 공세에 밀려 질 위기에 처합니다. 거기서 장옥정은 바둑의 형세를 빌어 남인들을 등용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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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허를 찔렸구나. 어허~

이번 판은 접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하.

무슨 소리! 승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다.

환격수를 쓰심이 어떨런지요? 지금 전하의 한수만 희생하시면 다른 여러돌들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잠깐, 판을 접으라는 것이 이 바둑 승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바둑이란 오묘해서 그것이 세상의 이치와 닿아있지요.
이번 일의 배후를 밝힘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이만 덮으심이 어떠실런지요? 전하께서 직접 음변을 직접 밝혀내신 것만으로도 이 일을 벌인자들은 충분히 두려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그렇게 한발 물러나주고 중신들에게 더 많은 것을 얻어내라...

전하께선 오랫동안 조정의 균형을 잡으시고자 애쓰셨습니다. 허나 매번 서인들의 반발에 밀려 그 뜻을 이루지 못하지 않으셨습니까?

음... 환격수라. 오호?

어떻습니까? 그리하니 이제 전하께서 이기셨습니다.

숙종으로서도 비대해진 서인을 견제하기 위해 장옥정을 불러들인만큼, 옥정의 청을 들어주며 남인들을 대거 등용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헤헤 거리는 어리숙한 숙종이 영리한 장옥정의 농간에 휘둘리며, 옥정이 숙종의 정사에까지 깊은 관여를 하는듯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숙종은 장옥정을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하지만 머리까지 뜨거워진 것은 아니었는데요. 8회에서 이어 바둑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숙종이 내관과 나누는 대화에서 그런 모습은 잘 보여지죠.

만약 그 아이가 사내였다면 바로 내 자리를 탐하지 않았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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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머리만은 차갑게 판단하며 환국정치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숙종이 장옥정을 불러들인 것 자체가 그런 남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고, 장옥정이 바둑을 빌어 남인의 등용을 제안한 것도 이미 숙종에게는 기회만 엿보고 있었을 뿐 이미 염두하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가벼운듯 보이지만 한번씩 보여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숙종은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숙종이 동이를 만날 때면 더욱 가벼워지는데요. 사실 그것이 냉정한 절대군주 숙종의 본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이는 숙종이 왕인 줄 모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숙종은 동이 앞에서는 환국정치니 정치적 음모니 하는 것들에게서 벗어나 계산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부러 가볍게 보이며 대신들을 방심하게 만들 필요도 없고, 진정으로 가벼울 수 있는 것이죠.

음변을 해결할 때는 도적들 앞에서 동이와 위기에 처하자 자신은 왕이라고 밝히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게 어리숙하고 허둥되는 사람이 왕이라고 그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당시 왕이란 상놈들이 보기엔 근엄하고 냉정하면서도 무서운 그런 진지한 이미지로 생각되었을테니깐요. 그러기에 도적들이 "니가 왕이면 난 옥황상제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물론 왕이라 주위에서 다 떠받들고 모든 것을 시키면 되는 위치에 있다보니, 실제 자신이 해야될 상황에 닥치니 어리버리해진 것이기도 합니다. 궁궐에서는 말 몇 마디하고 손가락만 까닥까닥 하면 눈치빠른 내관과 조정대신들이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데, 동이는 자신이 왕인줄 모르니 말이죠.

암튼 그렇게 숙종은 동이 앞에서는 근엄해질 필요도 없고, 계산적이지 않아도 되는, 숙종에서는 궁궐 내에서 유일한 안식처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숙종은 동이에게서 그런 해방감에 따른 안식처 뿐만 아니라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숙종이 동이를 떠올리며 회상하는 부분이나, 재밌는 아이라고 장옥정에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지만, 밤에 서용기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숙종의 입을 빌어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숙종은 암행이 위험한데 왜 그리 자주 나오느냐의 서용기의 말에 재밌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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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배들 칼에 죽을 뻔 했으니 자네 말대로 조심해야 옳지. 헌데...

재미가 있어져서 말일세. 그날 밤 말일세. 내 평생 그런일은 처음이었네.

그 날은 마치 내가 저자의 평범한 사내가 된 것만 같았네.

임금인 나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아이도 처음이었고 말일세.

방자하지만 참 영특한 아이였네. 바로 그 아이가 아니면 이 일을 해결하지 못했을게야.

그렇게 숙종은 서용기와 술잔을 나누고 암행을 돌아오는 길에, 풍산개 동이가 시간이 늦어 궁궐에 들어가지 못하고 낑낑 거리며 담을 넘으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모습에 재밌어 하며 모른 척 넘어가주려 하다가, 낑낑 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따라오라며 금군들을 물리고 동이를 데리고 궁궐에 함께 들어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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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종은 동이보고 좀 일찍 다니고 사고 좀 치지 말라고 하자 동이는 자신이 임금에게서 어식과 하사품을 받았다며 자랑을 하는데요. 기뻐서 활짝 웃으며 신나게 얘기하는 동이의 모습을 보며 숙종은 흐뭇해합니다. 게다가 천비인 자신까지 챙겨주는 임금은 정말 자비로우신 분 같다는 말에 숙종 역시 신나서 임금은 원래 성심이 넓으신 분이라며 너스레를 떨죠. 그렇게 숙종은 동이를 보내고 내관이 묻는 말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전하, 헌데 어찌 저런 아이의 일까지 맘을 쓰시는지요?

음... 그게 말이다. 오늘은 내가 엎드려줄수가 없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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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은 그렇게 동이와 자꾸 엮이며 동이에게 점점 끌림을 느끼는데요. 숙종의 여자들 가운데 정말 순수하게 사랑한 것은 동이, 훗날 숙빈최씨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이에서는 일부러 시간까지 편집해가며 동이와 숙종의 인연과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지만, 실제 역사에서도 숙종이 숙빈최씨를 편애한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죠.

이미 장희빈에 의해 이균(훗날 경종)의 왕자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빈최씨가 이금(훗날 영조)을 출산하자 숙종은 크게 기뻐하며 호산청(護産廳, 왕비 미만의 후궁들이 출산할 때 출산을 돕기 위해 임시로 설치한 관청)의 관계자들을 푸짐하게 포상하였는데요. 포상의 범위와 액수가 지나치게 과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호산청에 배치된 의원들과 내관들에게까지 내구마(內廏馬)를 하사하였는데, 내구마는 임금이 사용하는 말로서 지금으로 치면 청와대 직속의 관용차량에 해당되는 것이라 하죠. 이것은 장관들이라고 해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어야 탈까 말까한 것을 청소원이나 주방아줌마들에게까지 하사를 한 것이라, 조정이 들끓으며 반대했지만 숙종은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숙종실록을 보면 당시 11세였던 이금(영조)가 가례를 치뤘는데 그 비용이 만금을 헤아릴 정도라고 나오는데요.

연잉군(영조의 군호君號)이 진사 서종제의 딸과 혼인하다
연잉군(延礽君) 이금(李昑)이 진사(進士) 서종제(徐宗悌)의 딸에게 장가들었다. 임금이 임창군(臨昌君) 이혼(李焜)에게 주혼(主婚)하게 하고, 서종제에게는 직을 제수하라고 명하고, 가례청(嘉禮廳)의 당상(堂上) 이하에게 차등 있게 상을 내리고, 도청(都廳) 김문룡(金文龍)은 통정대부(通政大夫)로 승진시켰다. 이 혼인은 사치가 법도를 넘어 비용이 만금(萬金)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숙종실록》 39권, 30년(1704 갑신년) 2월 21일 2번 째 기사

이는 후궁의 소생에 지나지 않는 이금의 가례가 세자의 가례를 초월할 정도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고, 어쩌면 숙종은 세자가 아닌 이금을 후계자로 세우고 싶어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결국 숙빈최씨를 얼마나 총애하였나를 알 수 있는 것이죠.

암튼 그렇게 드라마 동이에서는 숙종과 동이의 만남이 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데요. 점점 그렇게 엮이면서 숙종이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동이에서는 동이가 장학원 여비에서 무수리, 궁녀가 되었을때 숙종의 승은을 받는 과정을 얼마나 극적으로 그려낼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이번 8회 마지막에 인현왕후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동이가 장옥정의 약재 배달 관련해서 엮이게 됨에 따라, 아마도 동이가 인현왕후 밑으로 들어가 궁녀가 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옥정은 동이를 맘에 들어하지만 그렇게 운명적으로 두 사람은 패가 갈려버리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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