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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억지설정 안타깝다

Submitted by skagns on 2010. 5. 27. 15:50

신데렐라 언니가 점점 지겹다 눈물 좀 그만 흘려라 등 많은 비판이 있기는 해도 저는 그동안 신데렐라 언니의 스토리와 각각의 캐릭터들을 이해하려하고 감정이입을 하면서 상당부분 공감을 하고 있었는데요. 점점 보면 볼수록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하게 만드는 멋진 드라마가 나왔다고 정말 만족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종영을 얼마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 작가와 연출이 과연 의도된 것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마저 드는데요.

요즘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 자꾸만 홍조커플(기훈과 은조)을 억지로 엮는듯한 느낌이 자꾸 듭니다. 은조와 효선의 눈물바람으로 시청자들이 우울하다는 평과 홍조커플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들이 많으면서, 시청률이 제자리 걸음 혹은 소폭 하락세가 생기자 홍조커플의 핑크핏 사랑으로 다시 시청률을 올려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설마 그렇게 스토리를 바꾸면서까지 시청률에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하는 생각에 억측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재 제작진의 상태를 보면 그것이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21일 신데렐라 언니의 김영조 PD는 디시인사이드 신데렐라 언니 갤러리에 "연출 김영조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횡포에 대한 폭탄고백이었는데요.


김영조 PD의 고백에 따르면, 신데렐라 언니는 초반부터 제작사와 CP분과 갈등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5회부터는 메인 연출이 바뀌고, 지금도 PD가 생각하는 중요장면들이 배제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1-4회에서도 많은 부분이 재촬영되고 잘려나가는 등 PD의 연출에 대한 권한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었는데요. PD가 의도한 데로 드라마가 진행되지 않고 제작사의 의해 드라마의 스토리와 연출이 휘둘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보면서 중간중간 좀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느껴졌었는데요.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것이 다 이유가 있더군요.

또한 신데렐라 언니는 거의 생방송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촬영이 타이트한데요. 오늘 촬영해서 내일 방영되는 등 왜 그리 촬영하는데 힘이 드나 했는데, PD가 먼저 촬영을 하고 나면 이후 다시 제작사의 불만으로 인해 재촬영을 하면서 제작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이 되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덕분에 문근영을 비롯한 연기자들과 스탭들은 연일되는 강행군으로 지쳐가고 있는 것이죠.

매주 월,화만 되면 제작사는 다음회 내용을 미리 보도자료로 배포하면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시청률에 목을 매는 모습인데요. 저의 경우에는 그런 기사들을 보면, 스포일러에 가깝게 중요내용을 미리 공개하는 것에 고개를 가우뚱하게 만들고 궁금증보다는 예상한데로 스토리가 흘러가지 않는 모습에 생뚱맞은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억지설정의 절정, 신데렐라 언니 17회  

신데렐라 언니 17회를 보면서는 정말 한숨만 나왔는데요. 억지설정들을 만들어가면서까지 급하게 홍조커플을 엮기 위한 시도들이 보여집니다. 일단 다소 생뚱맞은 것은 기훈의 변화였는데요. 이제 더이상 자신은 숨긴 것이 없다면 은조에게 강하게 대쉬하는 모습이 참 어색하더라구요. 천정명이 살인미소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스토리 자체만으로 생각해봐도 그런 기훈의 변화에 대한 당위성이 좀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억지설정 1. 꼭 그럴 때 차가 고장나더라

은조가 도망간 강숙에게서 전화를 받고 그 전화가 포항 근처에서 온 전화라는 것을 전화국에 문의해서 알아낸 뒤, 강숙을 찾기 위해 기훈과 함께 찾아나서는데요. 경주 부근에 다다라 차는 갑자기 고장이 나고, 기훈과 은조는 산길 한 가운데에서 고립되게 됩니다. 일단 포항으로 내려가면서 왜 산길로 접어들었는지도 의구심이 들뿐더러, 꼭 남녀가 섬에 갔다가 배가 끊겨 어쩔수 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것처럼 황당하더라구요. 이미 강숙을 찾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기훈은 은조을 꼬시기에 여념이 없고, 그 둘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그 둘의 갈등을 해소하는 시간을 만드려는 듯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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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설정 2. 너무 곤히 자서 깨울 수 없었어요

그렇게 차가 고장나서 은조와 기훈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요. 이동하는 와중에 은조는 졸고, 기훈은 그런 은조에게 몰래 어깨를 빌려주게 됩니다. 거기까지는 참 좋았는데요. 나중에 기훈은 종점에 세워진 텅빈 버스 안에서 은조를 깨우지 않고 깰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게 됩니다. 물론 기훈에게는 그렇게 은조와 가깝게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흐뭇함에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었겠지만, 솔직히 그런 기훈의 감정에 대한 이해보다는 너무 식상하고 유치한 억지상황 연출에 웃음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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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설정 3. 갑자기 만들어진 정우의 생일

홍주가가 도성도가를 인수하기 위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도가의 친척들을 꼬시고, 그런 꼬드김에 넘어간 친척들이 대성도가로 찾아오겠다는 말을 들은 기훈은 은조가 그 사실을 알고 힘들어할 것을 걱정하여 자신이 그 일을 처리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정우를 불러 연구실에서 도가로 오고 있는 은조를 오후동안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도가로 데리고 오지말아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요. 정우는 일하다 땡땡이 칠 수 있을 뿐더러 은조와 함께 데이트(?)도 할 수 있어 당연히 오케이하고, 은조를 만나 할 말이 있다며 버럭하더니 은조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갑니다.

자꾸만 도가로 돌아가려는 은조에게 정우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서 섭섭하다며 자신의 생일임을 밝히는데요. 아무런 복선이나 암시없이 스토리상 우연히 발생한 상황에서 절묘하게 정우의 생일날임이 드러나면서, 은조가 도가로 가지 못하고 정우와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상황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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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하필 그렇게 정우와 데이트(?)를 하는 날, 은조의 복장을 보면 배꼽티에 반바지를 입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데요. 그동안 은조가 그렇게 맨다리를 드러내는 것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다가, 정우와의 데이트에서 그렇게 여성스럽게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좀 구리게 생각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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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설정 4. 정우와 잘 놀고 들어와 기훈을 보고 미쳐버린 은조

솔직히 마지막 은조의 나레이션은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런 저런 스토리와 연출에 대한 불만을 접어두고라도 문근영의 나레이션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런데 도저히 그런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홍조커플이 급진전이 되려면, 은조의 에라 모르겠다 식의 심경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요. 정우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기분좋게 도가로 들어와 기훈의 손짓을 보고 확 돌아버리는 이런 식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극적인 상황에서 납득할 수 있게 그려져야 하는데,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간관계상 어거지로 그런 상황을 연출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죠. 정말 명품 나레이션을 그런 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정말 안타깝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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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난 홍조커플(기훈-은조) 반대일세  

그렇게 자꾸만 억지설정으로 급격히 기훈과 은조의 러브라인을 엮는 것을 보니, 스토리도 망가지는 것만 같아 참 안타까운데요. 그래서 전 차라리 이제는 기훈과 은조 커플보다는 웬지 기정과 은조 커플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 상으로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캐릭터상 까칠한 은조와 냉정한 듯한 기정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제 3화 남은 시점에서 그런 스토리는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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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텔존 신데렐라 언니 언년이친구님>


p.s> 또 신데렐라 언니 관련해서 보도자료가 나왔네요. 제작사 에이스토리 측은 "초반에는 다소 설익은 듯 보였던 문근영과 천정명의 멜로가 이제는 다 여물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 레전드급 멜로가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마지막 4회 동안 '폭풍 멜로'가 불어 닥칠 것"이라고 전했다고 하는데요.
폭풍 멜로라... 쩝... 또 PD가 아닌 제작사에서 난리쳐서 얼마나 억지설정들을 만들어 낼지... 이러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그간 모든 스토리 다 뒤엎을 기세...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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