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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속 의미심장한 대사들, 현실 풍자일까?

Submitted by skagns on 2010. 6. 1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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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는 조선시대 당파경쟁이 가장 심했다는 숙종시대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동이의 궁궐 내 권모술수와 암투 등을 보면, 꼭 마치 현재의 안타까운 현실들을 풍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가 실제로 의도한 부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미를 부여할만한 의미심장한 대사들도 눈에 띄는데요. 대사 뿐만 아니라 에피소드 자체가 현재의 상황에 대입이 되기도 하고, 옥의 티 마저도 일부러 실수를 한 연출 상의 센스인가 싶을 정도로 절묘하기도 합니다.

일단 그럼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그런데 각각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자세한 실 예를 들지는 않겠습니다. 풍자에 대한 주제의 흐름에 사건을 바라보는 사소한 견해 차이로 꼬투리를 잡아 본질을 흐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오니, 보시는 분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면 그것을 풍자한 것이라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대사 1> 24화 장희재 이사하는 날, 이삿짐 나르던 황주식과 영달  

장희빈이 중전이 되고 그의 오라버니인 장희재의 권세는 하늘을 찌르는데요. 장희재는 대궐같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장희재에게 잘 보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오태풍 부자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장악원 악공들을 불러 이삿짐을 나르게 합니다. 황주식과 영달은 농땡이를 치다가 오태풍 부자에게 딱 걸리게 되죠.

황주식 : 아! 뭐 저런 것들이 다 있냐? 내가 명색히 장악원 주부인데 여기서 이삿짐 날라야 되니? 젠장. 집은 또 왜 이렇게 커.

영달 : 제 말이 그 말 입니다. 그것도 다른 놈도 아닌 장희재 그놈 집에서.

황주식 : 놈이라니! 입조심해 이놈아. 요즘 말 한마디 잘못하면 끌려가는 거 몰라?

영달 : 들으라고 하십쇼. 이제 장악원 때려치면 그만입니다. 지금 동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판에 그깟 먹고 사는게 문젭니까? 이씨~ 이걸 그냥 콱!

황주식 : 그거 니가 물어내야 되는데?

영달 : ... (살며시 내린다)

황주식 : 이런 줏대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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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에서 황주식이 하는 말이 심상치가 않은데요. 말 한마디 잘못하면 끌려간다거나, 도자기를 깨려는 영달에게 그거 물어내야 한다는 둥 요즘 사회에서 느끼는 분위기를 풍자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의 사이버 모욕죄 도입으로 이제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글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요즘 검찰은 전기통신법을 이용하여 정부에 반하는 관련 글들이 화제가 될 경우, 초중고 일반인 그 누구든지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말 말 한마디 잘못하면 끌려간다는 것이 이제는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죠.

=> ‘민심 진압용’ 전기통신법 다시 도마에

또한 이제는 정부에 반하는 사람들은 70-80년대처럼 경찰을 이용하여 강력하게 응징하기보다는 법대로 한다는 명목하에 밥줄을 끊어버리는데요. 정치적인 외압으로 잇따라 퇴출당하고 하차하는 김제동이나 MBC에서 쫓겨나는 PD수첩 PD 등 그렇게 짤리고나면 낙인 찍힌 것처럼 어느 한 군데 새로 취업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사 2> 21회 인현왕후가 폐비가 된 후, 장희빈을 찾아간 동이  

인현왕후가 폐서인이 되고 동이는 장희빈을 찾아가 독대를 청하는데요. 그렇게 장희빈을 만나서 나누는 대화 가운데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장희빈 : 그런데 이렇게 제발로 날 찾아오다니 무엇이냐? 이제라도 용서를 구하고 내게 자비를 구하기 위해서냐?

동이 : 용서를 구하다니요. 용서는 죄를 지은 자가 구하는 것이 아닙니까?

장희빈 : 아니. 틀렸다. 용서는 힘없는 자가 힘있는 자에게 구하는 것이다. 죄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가 않아. 살아남자면 도리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어떠냐? 지금이라도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면 널 다시 걷어줄 수 있다.

동이 : 제가 알던 마마는 한낱 천비를 위해서도 고개를 숙이던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믿고 따르던 마마는 계시지 않습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 마마. 이것을 말씀드리려 온 것입니다.

장희빈 : 니가 기여이 내게 맞서겠다는 것이구나. 니가 전하의 아낌을 받는 처지니까 내가 널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으냐?

동이 : 아니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희빈 : 한가지만 명심하거라. 난 곧 교태전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전 너는 이 궐을 나가서 다신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 내 손으로 널 거두었으니 꼭 내 손으로 그리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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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이 얘기하는 용서란 힘없는 자가 힘있는 자에게 구하는 것이라는 것은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떠돌던 말인데요. 정말 예전 70-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것을 드라마 동이에서 장희빈의 대사를 통해 듣게 되니까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요즘 법은 있으나 법이 죄를 묻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죄를 묻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은데요. 아무리 증거가 있고 그 죄가 명백히 드러나더라도 권력에 의해 교묘히 빠져나가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없던 죄도 생겨버리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많습니다.


  에피소드> 9-10회 장옥정의 중전 시해 협의, 표적수사  

9-10회에 걸쳐 동이가 장옥정 본가에서 주는 약재를 궁궐로 가지고 온 사실을 이용하여, 서인들은 중전의 탕약에 독을 넣은 것이 취선당이라는 누명을 씌우게 되는데요. 감찰부에서는 서인들의 우두머리인 명성대비를 등에 업고, 장옥정을 쫓아내기 위해 표적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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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부는 먼저 장옥정을 소환하기 전에 동이를 잡아 족치는(?)데요. 동이는 끝까지 말을 하지 않고 버티지만, 장옥정은 자신을 위해 일을 하다 고초를 겪고 있는 동이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직접 감찰부에 출두하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예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때 상황과 비슷한데요. 출두에 앞서 진행되었던 권양숙 여사 20촌 비리 사건, 노건평 호화 골프 사건 조사 등, 결국 참다못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적이 있습니다.


  옥의 티> 21회 내시에게 구타 당한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듣는 동이  

동이 21화에서 아라비아 숫자가 나오는 옥의 티가 발견되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내수사에 배속된 동이는 내시들에게 구타를 당한 사람들을 쫓아가 자초지종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동이는 주전소를 찾아가게 되는데, 주전소 풍경이 나오면서 엑스트라가 내려놓은 적재물에 숫자가 적혀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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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1회 방영 당시는 한창 천안함 침몰 사건의 증거로 발견된 어뢰에 적힌 숫자 1번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던 시기인데요. 네티즌들 역시 동이의 옥의 티를 보고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며, 저 옥의 티도 북한의 소행이다 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우연이라고 보기엔 시기적으로 정말 절묘한데요. 적재물을 내려놓는 장면이 카메라 바로 앞에서 클로즈 업되어 잡혔던 만큼 그런 옥의 티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다소 의아하긴 합니다. 암튼 정말 그것이 천안함 사건을 풍자한 것인지는 PD가 직접 얘기하기 전에는 알 수 없겠지요.


예를 든 것들 이외에도 동이를 보면 사회 곳곳의 비리나 권력자들의 모습들을 풍자하는 듯한 이야기들이 많이 보여지는데요. 장희재의 일처리 방식이나 내수사의 내시들의 비리 등 현실에 대입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깨방정 숙종과 오버스럽게 웃는 풍산개 동이를 보면서 '동이'라는 드라마가 웃기고 코믹하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담긴 것들은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저는 동이가 30%의 시청률을 돌파하고 인기를 끄는 것은 물론 스토리가 재밌기도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풍자한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공감하게 되어 동이의 선전을 바라는 바램도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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