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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자우림의 절규,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Submitted by skagns on 2011. 9. 19. 06:20


사실 저는 그동안 자우림의 노래와 보컬톤을 상당히 좋아했지만, 실제로 자우림이 나는 가수다에 나온 모습을 보고 정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자우림이 나는 가수다에서 자신들의 색깔과 실력을 증명하기도 전에 윤도현 밴드와 경쟁할 혹은 대체할 밴드로서 부각이 되고, 무작정 무대에서 방방 뛰며 관객들에게 즐기라고 강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자우림 혼자 신나고 관객들에게 신나기를 강요하며, 자신들은 밴드임을 강조하며 무대는 즐겨야 한다는 것에만 집착하는 그 모습이 참 아쉬웠습니다.

결국 그런 자우림의 모습은 연이은 7-7-6위의 결과를 낳으며, 나는 가수다에서 적응하지 못한 자우림의 탈락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듯 했는데요. 하지만 지난주 자우림은 이제야 자신들이 나가수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았노라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결국 그러한 것들을 증명이라도 하듯 재즈카페를 통하여 극적인 1위를 하면서 기사회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실 자우림이 과연 나가수라는 무대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게 된 것일까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재즈카페의 경우 자우림의 보컬톤이 너무나도 잘 매칭이 되고 편곡이 뛰어났었기 때문에, 단순히 그 무대 한번만을 보고 매번 치열하게 반복되는 나가수의 경쟁 속에서 특별한 해법을 통한 결과물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우림의 절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그런데 이번주 자우림의 선곡을 보고서는 다소 황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솔직히 가수들이 직접 자신있는 곡을 선정하는 1차 경연에서 그동안 나는 가수다가 아닌 나는 밴드다를 외쳐온 자우림이 가시나무를 선곡할 줄은 전혀 생각치도 못했고, 가시나무를 부르는 자우림 밴드의 모습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밴드를 강조해온 자우림이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잔잔하면서 숨막히는 듯한 고요함 속에서 슬픈 감성을 건드리는 가시나무를 선곡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연이 시작되고 베일을 벗은 자우림의 무대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매니저인 박휘순이 잔잔한 가시나무는 아니라며 자우림만의 가시나무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할 때만 해도, 원곡의 고요하면서도 잔잔한 감성을 자신들의 색깔을 덧씌우겠다고 마냥 내지르고 시끄럽게 바꿔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요.


일단 처음 자우림 김윤아가 가슴에 두손을 모우고 눈을 감은채 고요하면서도 진지하게 부르는 그 모습은 저의 그런 걱정은 싹 달아나게 만들어 주더군요. 그리고 무언가 가두어두고 절제된 슬픔,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처럼 받아들인 슬픔을 간직한채 노래를 부르는 자우림 김윤아의 진지한 그 표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노래말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우림은 노래 시작 전 인터뷰에서 가시나무는 가사말이 중요한 곡이라며, 가사를 최대한 음미하면서 들으면 내 노래다 라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자우림은 이런 인터뷰를 미리 들을리없는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진지한 분위기와 슬픈 표정만으로 가시나무의 가사말을 음미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또한 자우림은 편곡에 대해서도 원곡의 아름다움과 날카로운 슬픔을 살리면서 그 안에 자우림을 섞어, 자우림만의 자주색 가시나무 숲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정말 노래가 끝나고 원곡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는 인순이의 말처럼 자우림만의 자주색 가시나무 숲 속에서 헤매고 나온 듯한 느낌마저 들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피아노 반주에 약간은 냉소하는 듯한 싸늘하면서도 갈무리하는 느낌으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를 읊조리고, 점점 감정이 고조되면서 기타와 드럼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으며 마치 절규하는 듯 내뱉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는데요. 특히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눈물을 참으며 절규하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는 가시나무의 운명을 한탄하며 부르는 가수의 절실함이 가슴에 너무도 와닿아 안타깝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바탕 절규하듯 쏟아내고 난 뒤에 이어지는 헝크러진 머리결로 지긋이 눈을 감고 다시 싸늘하게 부르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는 정말 압권이었는데요. 무표정하게 청중을 바라보며 마무리하는 그 모습은 너무도 긴 여운을 남기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팔색조 자우림의 풍부한 감성에 빠지다  

그렇게 드디어 자우림은 단순히 자신이 밴드임을 강조하며 즐겨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무감을 버리고, 자신의 음악적 색깔과 보컬톤을 잘 살려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만 같았는데요. 자우림만의 풍부한 감성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들며 강요가 아닌 노래를 느끼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정말 이번 가시나무를 통해서 이제야 나가수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자우림의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자우림은 나가수를 통해서 또 어떠한 모습들을 계속 보여줄지 상당히 기대감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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