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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문근영, 악역을 이해하게 만드는 연기력

Submitted by skagns on 2010. 5. 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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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에 대해서 해석함에 있어 "은조가 신데렐라다", "신데렐라 언니에는 신데렐라가 없다" , "진정한 악역은 기훈이다" 등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분명히 신데렐라는 효선이고 악역은 은조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비교적 충실하게 캐릭터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죠.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와 동화 신데렐라의 비교  

그럼 먼저 신데렐라의 원작과 신데렐라 언니의 도입부를 한번 비교해 볼까요?

<신데렐라 원작>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일 때문에 여행을 다니시는 아버지로 인해 늘 외롭게 지내던 귀족의 딸인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그런 딸을 안타까이 여긴 그녀의 아버지는 외로운 딸을 위해 새 가족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새 가족이란 매우 거만해 보이는 새 어머니와 욕심 많은 두 언니들이었습니다.

<신델레라 언니>
7살 때 어머니를 잃은 효선은 주위에서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었죠. 그렇게 항상 외로움에 사랑을 갈구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어리광을 피우며 어머니의 사랑이 빠진 빈자리를 채우려 합니다. 그런 효선을 안타까이 여긴 대성은 효선을 위해 새 가족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새 가족이란 욕심 많은 새 어머니 강숙과 매우 거만해 보이는 언니 은조였죠.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를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귀족의 신분이었던 신데렐라 = 중소기업 대성도가 사장의 딸 효선

왕자 = 국내 전통주 1위 대기업 홍주가 그룹 회장의 숨겨진 아들 기훈

매우 거만해 보이는 새 어머니 = 욕심많고 뜯어먹기 위해 들어온 새 어머니 강숙

욕심 많은 두 언니 = 매우 거만하고 효선에게서 기훈과 대성, 동수의 사랑을 뺏어간 언니 은조

그렇게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 원작을 모티브로 언니인 은조의 시각으로, 사실 은조 역시 신데렐라를 구박하고 못 되게 굴던 나쁜 언니가 아니었고,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나름 사연과 고충이 있었다 라는 가정 하에서 현대판으로 재구성되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아버지 대성의 죽음으로 신데렐라 효선은 구박받고 나중에 왕자님 기훈이 주최하는 무도회에 참여해서 왕자님과 해피엔딩이 되겠지요. 신데렐라 언니 은조는 결국 새드엔딩이 되구요.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될 때 과연 그 사람을 악역이라 할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누가 나쁜 사람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해석이 많이 달라지곤 하는데요.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될 때 과연 그 사람을 악역이라 할 수 있을까요? 효선의 입장에서 은조를 보면, 분명 자신을 무시하고, 자신의 약점을 꼬집는 말만 하고, 인정머리 없이 위로의 말 한번 따뜻한 말 한번 해주지 않고, 자신을 좋아해주던 사람들의 사랑을 뺏어간 나쁜 언니이며, 효선은 피해자일 뿐입니다. 분명히 신데렐라 언니에서도 악역은 은조가 맞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은조의 입장에서 은조를 이해하고 보면 은조는 결코 나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엔 독하고 차갑고 인정머리 없고, 융통성없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콧대높고 거만한 사람일 뿐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은조 역시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남에게 주는 상처, 자신이 받는 상처에 두려워하는 여리고 그동안 따뜻한 사랑 한번 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죠.

은조는 남자를 보면 뜯어먹을 것만 생각하고 단물 빠지면 씹다 버리는 껌처럼 남자를 생각하는 어머니 강숙 때문에, 강숙 대신에 죄책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삶에 끼어드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지긋지긋한 세상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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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이 떠났을 때 미친 듯 기훈을 찾아다니며 기훈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본 적이 없어 은조야를 되내이며 울 수 밖에 없었고, 8년을 그 사람을 그리워 했지만 효선이 좋아하는 것 때문에 오해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기훈을 밀어내고 차갑게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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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성의 죽음에 무서워하며 자신의 무릎에 기대어 우는 효선을 마음으로는 달래주고 싶었지만 울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정신차리라고 독한 말을 내뱉고, 그것 때문에 어린 친동생에게는 마귀할멈이라며 돌팔매질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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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대성에게 아버지라고 불러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대성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영정 사진 앞에 자신이 빚은 막걸리를 올리며 잘못했다 용서해달라며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아빠를 뒤늦게 부르며 울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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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것을 시청자만 알고 있기에 은조를 이해하게 되고 은조가 악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악역을 이해하게 만드는 문근영의 연기력  

그렇지만 아무리 캐릭터와 스토리가 은조의 입장에서 보여진다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연기가 받쳐주지 않는데 악역을 이해하게 될까요?

요즘 천정명에 대해서 연기력 논란이 생기고 극중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말들이 많은데요. 심지어는 기훈이라는 캐릭터 자체까지 비호감으로 느끼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천정명이 맡은 기훈이라는 캐릭터 역시 은조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는 내면으로 보여지는 것이 더 중요한 어려운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정명이 원래 연기를 못 한다기 보다는, 이번 기훈이라는 캐릭터가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던 것이죠.

반면 은조를 연기하는 문근영의 표현력은 은조를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은조가 뒤에서 울면 따라 울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겉으로 차갑게 대하고 독설을 내뱉지만, 이어지는 표정의 변화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표현들을 보면 누구라도 그것이 진심이 아님을 느끼게 만들어 버리지요.

단순히 독한 대사를 무미건조하게 말하고, 굳은 표정지으며 차가운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사 자체로는 분명 누가 들어도 싸가지 없다고 느낄만큼 독한 말들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문근영은 속마음까지 함께 보여줍니다. 대사를 대사 자체로만 받아들이게 만들지 않고, 입으로 하는 대사와 속으로 얘기하는 대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죠. 그러기에 악역이라 하나 은조를 이해하게 되고 연민을 가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의 첫 악역 도전이라는 부분에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막상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문근영이 연기하는 은조라는 역할이 악역이 아니라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문근영 아니 은조가 되어버린 문근영의 연기에 은조라는 캐릭터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버렸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저는 은조라는 캐릭터를 문근영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연기를 한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은조를 이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미 문근영이 은조이고 은조가 문근영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다른 사람이 연기한다면 말 그대로 그것은 연기라고 느껴질 것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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