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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터닝포인트, 캐릭터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Submitted by skagns on 2010. 9. 30. 15:30


성균관 스캔들은 20부작으로 현재 10부까지 방영이 되었는데요. 절반이 방영된 시점에서 성균관 스캔들은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며, 캐릭터들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개될 중요한 금등지사를 찾는 스토리에 있어, 이런 캐릭터들의 변화를 주목하여 함께 보면 더욱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무거운 스토리 뿐만 아니라, 가볍게 보며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선준과 윤희의 해피엔딩(?)과 그에 앞서 선준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다가 결국 절정에 이르러 알게되는 윤희가 여자라는 사실까지... 남은 10부는 정말 쉴틈없이 긴장감 넘치는 내용으로 속도감을 높일 듯 한데요.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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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절묘한 변화  

잘금 4인방은 정말 서로 개성이 뚜렷하고 톡톡 튀는데요. 그런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강한 캐릭터들이 윤희효과에 의해 참 절묘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캐릭터와 스토리의 조합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처음 선준과 윤희의 과거시험으로 잘금 2인방이 탄생하고, 성균관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재신과 방을 함께 쓰게 되면서 대사례를 통해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잘금 3인방이 탄생되지요. 또한 용하는 이때까지만 해도 방관자였습니다. 그저 걸오와 가랑 사이에서 여자인 대물이 끼어 벌어지는 상황이 너무 재밌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 순두전강을 계기로 용하는 그들과 함께 하게 되고 잘금 4인방이 완성됩니다. 방관자로서만 보다가 함께 하는 것이 더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뭉친 잘금 4인방은 윤희에 의해 유닛에서 조직이 되고 각자가 서로 변하고 맞춰나가게 되면서, 정조가 던져주는 문제를 해결하며 고뇌하고 성장하게 됩니다.  정조는 순두전강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을 보고, 그들이 이 순두전강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느냐는 정약용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대한 분노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선준을 제외한 잘금 4인방은 이미 과거에 각자가 사회적 불의에 대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순응(윤희), 반항(재신), 조롱(용하)의 방법으로 현실과 타협을 했었는데요. 이번 순두전강을 계기로 선준까지 그런 불의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그것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음에 고뇌하면서, 선준은 그것에 대하여 정면돌파의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참 캐릭터간의 변화가 절묘한데요. 현실에 순응하던 윤희가 세상물정 모르는 선준을 만나 변하게 되고, 윤희는 세상의 불의와 마주대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런 윤희에 의해 불의한 세상에 반항하던 재신과 조롱하던 용하가 변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무지한 선준은 윤희에 의해 불의한 세상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우물 안의 개구리였음을 깨닫고 우물에서 나와 넓은 세상과 마주대하게 되지요.

저는 이것을 윤희효과라 했으나, 어쩌면 가장 먼저 윤희를 변화시킨 것은 다름아닌 선준이었으니 선준효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각각의 캐릭터 변화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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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오 문재신]

재신은 미친 말이라는 별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균관에서도 포기할만큼 통제 불가능의 불량아입니다. 하지만 재신이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믿고 따르던 형이 금등지사를 지키려다 노론일파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굴하게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침묵했던 아버지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성균관으로 들어왔던 것이죠. 그렇게 자신과 마음이 맞는 젋은 벗들과 함께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정치를 하리라 의욕적이었지만, 청재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기대감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성균관 역시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져 패싸움이나 하는 현실 정치의 축소판일 뿐이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재신은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더이상 조선에 희망따위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죠. 다른 유생들의 눈에는 불량스럽고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하고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며 그들을 경멸합니다. 이성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그들을 대하고 모든 일은 마음가는대로 하면서 결국 미친 말이라는 별호를 얻게 되지요. 그리고 밤이면 홍벽서가 되어 대신들의 집에 벽서를 붙이고 다니며 세상을 향해 반항을 합니다.

그랬던 재신이 윤희를 만나면서 변하고 있습니다. 말보다는 행동, 자신의 본능을 숨기는 것에 꺼리낌이 없던 재신이 윤희로 인해 숨기고 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샌님같이 여겨졌던 윤희가 터무니없어 보이던 대사례 장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그 집념이 마치 세상의 불의를 향해 겁없이 맞서는 몸부림 같아 보였던 것이죠. 그래서 자꾸 무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윤희가 신경쓰이고, 자신이 모든 것은 다 할테니 그 옆에 함께 서 있기만 해달라는 그 말이 어이없으면서도 웬지 믿고 싶고 자신이 평소 경멸하는 유생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윤희가 자신의 형과 함께 금등지사를 지키다 죽임을 당한 김승헌의 자식이라는 것과 함께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재신은 윤희를 지키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그렇게 윤희 모르게 윤희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 재신은 윤희만큼이나 불안하고 걱정이 됩니다. 그렇게 점점 윤희를 생각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윤희와 함께 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윤희가 여자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결코 자신이 윤희가 여자임을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낼 수 없는 재신은, 점점 윤희를 향해 커져가는 이 알 수 없는 감정도 함께 숨기게 됩니다.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던 재신이 자신의 감정을 이성으로 컨트롤하고 다스리는 법을 깨닫게 된 것인데요. 그렇게 미친 말은 윤희를 위해 스스로가 점점 길들여지며 명마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변화가 바로 여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재채기를 하던 재신이 윤희가 여자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재채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죠. 물론 아직 밤에 잘 때 윤희가 건드리면 순간적으로 본능이 이성을 눌러버리지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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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 이선준]

선준은 부족함없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함 속에서 지내온 바른생활 사나이입니다. 무엇을 해도 아쉬운 것 없이 머리 숙일 일이 없는 그런 환경 속에서 성격은 곧고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을 것만 같은 융통성없는 선비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죠.

그렇게 타협이라고는 없는 원칙주의자가 윤희를 만나고 더 넓은 세상, 진짜 세상을 보게 됩니다. 선준은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 하지만, 사실 백성이 사는 세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죠. 그리고 윤희와 함께 하면서 여러가지 사정과 상황에 세상은 원칙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금난전권으로 부당하게 탄압받는 상인들이 그러했고,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도둑질을 해야만 했던 복동이 형도 그러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꿈꾸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윤희라는 매개체로 인해 그것을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예외라는 것도 존재함을 깨우치게 되지요. 그렇게 자신을 옥죄고 있던 관습적 사고 등에서 탈피하고, 융통성이라고 전혀 없던 그가 점점 사고가 유연해지고 요령이 생기게 됩니다.

항상 행동에 앞서 생각하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갈무리하고 이론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선준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재신과는 정반대의 상극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재밌는 것은 재신이 윤희에 의해 이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선준은 반대로 본능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남장을 하고 있는 윤희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게 되고, 예와 법도를 아는 선준이 남자를 사랑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음에 고뇌하고 또 고뇌하죠. 그렇게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원칙적이던 선준이 본능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면서 변해가는데요.

윤희와 선준의 로맨스가 단순히 가볍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이성적이고 원칙적이던 선준이 성장하여, 데미안처럼 자신을 보호해주던 알에서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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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림 구용하]

용하는 음주가무를 즐기고 여색을 밝히며 돈이 넘쳐서 호화 사치의 극을 달리는 참 부러운(?) 재벌 2세 같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용하 역시 처음부터 꿈이라고는 없이 마냥 즐기며 인생을 허비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비의 등쌀에 성균관에 들어왔으나 나름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성균관에 들어온 그는 재신과 마찬가지로 실망을 하고 맙니다. 명문가의 자제가 아니라면 정승은 커녕 변변한 벼슬자리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고, 그나마 어렵사리 벼슬에 오르고자 하는 유생들의 꿈이 나라를 이끌고 백성을 위하겠다는 그런 대의명분보다는 단지 일신의 영달과 가문의 부귀영화를 세습하고자 하는 욕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자들이 벼슬자리에 앉아 이끌어가는 세상은 별볼일 없고, 부귀야 용하에게는 차고 넘치는 것이라 성균관에 있을 의미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의 한계에 실망하고 자신이 성균관에 있어야할 의미를 잃어버린 용하는 그런 세상을 조롱하며, 자신의 부귀를 과시하며 재밌는 것 폼 나는 것만 찾아다니게 됩니다. 성균관에서 일부러 다른 유생들과 달리 호화스러운 옷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것은 중인 가문으로서 요령으로 양반이 된데에 따른 자격지심도 있겠지만, 부귀를 탐하는 양반들을 향한 조롱의 의미도 있는 것이죠.

그렇게 용하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방관자가 되어, 역겨운 양반 댁 유생들을 구경하고 쾌락에만 의지하여 재밌는 일을 찾아다니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요. 어느 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윤희였습니다. 겁도 없이 여자가 성균관에 몰래 들어와 남자들 틈에서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재밌었던 것이죠. 그것도 자신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남의 비밀 이야기을 몰래 훔쳐보는 것 마냥 흥미로웠습니다.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때로는 철저히 방관자의 자세로, 때로는 곤란하게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그녀와 주위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재밌었는데요. 그러다 윤희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 틈에서 항상 당당하고, 역겨움의 상징인 장의에게 맞서며 여자의 몸으로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대사례에서 장원까지 해내는 것을 보고 점점 그녀가 멋져보이게 됩니다.

폼 나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용하의 입장에서 빈천한 가문의 남루한 윤희 따위가 그것도 여자가 멋져 보인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인데요. 그리고 방관자의 입장에서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순두전강에서 윤희를 도우며 함께 하게 되는데요. 윤희의 누명을 벗길 수 없다며 모두 외면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그것을 해결하기 뛰어들어 함께 하는 것은, 마치 절대 바뀔 것 같지 않던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여자의 출입도 허가되지 않는 성균관에서 몰래 아니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는 윤희의 존재 자체가, 용하가 볼 때는 이미 불가능을 가능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어쩌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제 용하는 세상을 조롱하고 방관자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다가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참여자로서 잘금 4인방과 함께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균관 스캔들, 시청률만으로 저평가 되어서는 안될 명품 드라마  

사실 저는 처음에 성균관 스캔들을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의 퓨전 사극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크게 주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나온다는 소리에 좀 식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이미 드라마, 영화를 막론하고 커피프린스, 미남이시네요,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 등에서 많이 써먹어 크게 인기를 끌었던 소재니까 말이에요. 게다가 동시간대 동이를 이미 시청하고 있는 터라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는데요.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와 어울리는 캐스팅, 정경유착 같은 사회 풍자 등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며 빠져드는 사극은 다모, 바람의 화원, 추노, 한성별곡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성균관 스캔들은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드라마인데요. 안타깝게도 동이와 자이언트가 한창 2강으로 경쟁을 벌이던 틈에 끼어 시청률은 떨어지지만, 결코 시청률만으로 저평가가 되어서는 안될 명품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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