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kagns의 맘대로 리뷰

고개 숙인 싸이월드, 온라인 통제의 신호탄인가?

Submitted by skagns on 2009. 5. 22. 10:31

 

싸이월드에서 얼마전 약관개정에 따른 전체 메일이 발송이 되었습니다. 이미 네이버의 NHN의 약관은 포괄적 약관으로 인해 어떠한 명분도 붙여서 원하는데로 제재 및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싸이월드의 SK communications. 역시 약관이 빈틈없기로 유명하구요.

그런데 이번에 싸이월드에서 도대체 어떤 빈틈이 발생했길래 전체 메일 등을 통해서 회원들에게 일일히 동의를 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인지 상당히 궁금하더군요.

대부분 네티즌들은 약관이라는 것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그렇게 계약서 같은 내용을 꼼꼼히 다 읽어보냐는 것이죠. 하지만 사이트 가입시에 반드시 약관동의를 체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관은 왜 중요하나요?

약관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간에 작성하는 계약서입니다.
서비스 운영에 대한 규칙 및 규범인 가운데 어떠한 문제 발생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죠. 회사가 자신의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공급하고 사용하게 함으로써 많은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그 책임과 권리에 대해서 나타나 있죠.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약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약관은 당연한 것이며 올바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약관을 잘 모른다는 것이며, 또한 이것이 악용이 될 경우 사용자는 제공자에 의해 휘둘릴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네이버의 지식인으로 예를 들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예전 지식인은 다음의 아고라나 블로그처럼 자신의 주장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요즘에야 지식인이 상업적으로 변질이 많이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네티즌들이 질의응답을 통해서 많은 의견을 공유하고 전문적이었죠. 지금은 블로그로 많이 옮겨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지만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도 예전 지식인을 많이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당시 지식인에서도 정치, 경제, 시사 등의 질의응답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었는데요.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의 답변은 삭제되는 것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상업적인 답변도 아니고 음란, 폭력적인 답변 아닌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의견을 나타낸 답변이고 질문에 정확한 사실을 근거하여 답변하는 것들도 삭제를 당했었죠.

그 삭제의 근거가 모두 약관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냥 대충 보아서는 자신이 어디에 해당이 되어서 삭제되었는지도 알수 없습니다. 교묘하게 포괄적인 용어들로 어떻게 어디에 갖다붙여도 해당이 될 수 있도록 약관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죠.

바로 약관이 그러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왜냐면 서비스를 사용하기 전에 이미 그 약관에 대해서 동의를 했기 때문이죠. 계약서로 치면 싸인을 한 것이니깐요.

이미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약관을 근거로 저작권 관련한 것이나 상업적 게시글 등에 대해서는 삭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올바른 온라인 문화 형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모두가 납득할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그 외의 개인적인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 것들도 삭제를 한다면 어떨까요?
또한 정치적으로 제재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제 온라인도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는 통제의 공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미 각 포탈의 검색 등에서 이런 일들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죠. 하지만 제가 유독 이번의 싸이월드의 약관개정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러한 정치적인 통제의 범위를 커뮤니티로 확대하고 보다 명확하면서 공개적으로 명시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약관을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결국 탈퇴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개인 미니홈피의 자신에게 소중한 인맥 및 자료, 사진 등이 가득하고 커뮤니티의 재미를 알고 있는 대다수의 회원이 약관에 대해서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다는 사실이죠.

이것이 싸이월드 자발적으로 고개를 숙인 것인지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고개를 숙인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앞으로 현 정부에 반하는 게시글 및 의견, 운동 등은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또한 이미 2000만 이상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커뮤니티인 싸이월드가 솔선수범(?)의 형태가 되어 나머지 커뮤니티들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죠.

이미 일부 뉴스 언론 등이 직간접적으로 통제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온라인까지 통제를 당하게 된다면 사람들의 눈과 귀는 멀게 될 뿐아니라 정부에서 숨기고 싶은 것들은 모두 숨길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만 알릴 수 있게 됩니다.

정부에 입장에서 뉴스, 신문 등을 통해 보도한 것들을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이 그것에 대한 숨겨진 이면들을 파헤치고 현 실태를 공개하곤 하여 난감한 것들이 많았죠. 그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온라인에도 통제의 신호탄을 날린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Tags :

, 댓글 목록 열기 or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