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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되려면 성형하고 춤부터 배워라

Submitted by skagns on 2011. 2. 7. 06:12



개그맨이 되고 싶나요? 그렇다면 가장 먼저 성형을 하세요. 요즘은 성형을 했다고 자신있게 밝혀도 전혀 흠될 것이 없고, 오히려 개그의 소재로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춤을 배우고 아이돌을 뽑는 오디션을 보세요. 노래는 잘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적당히 음치만 아니면 됩니다. 어차피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다른 노래 잘 하는 멤버들이 다 받쳐주고, 불러봐야 몇 초되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돌이 되어, 활동을 시작하면서 포지션을 나눌 때 반드시 이렇게 이야기 하세요. "너흰 노래와 춤을 맡으면, 난 예능을 맡겠다" 왜냐하면 개그맨이 꿈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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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극단적이 아니냐구요? 맞습니다. 극단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 연예계가 변해가고 있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이제 개그맨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앞으로 연예계에서 하나의 시스템이자 수순으로 자리잡고, 위의 예처럼 그렇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 비단 개그맨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황소개구리처럼 연예계라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아이돌들에 의해 앞으로 연기자, 전문 MC, 전문 모델 등도 사라지고, 단지 아이돌에 의한 만능 엔터테이너 혹은 방송인이라는 커다란 테두리로만 구분되어질지도 모릅니다.



  개그맨들이 사라지고 있는 냉정한 현실  

아직까지 설마하시며 긴가민가 하시는 분들 계시죠? 그렇다면 지금 현실을 한번 되짚어 볼까요?

현재 방송사들은 개그맨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그맨의 주된 프로그램인 SBS의 웃찾사 폐지, MBC의 하땅사, 개그야 폐지. 유일하게 KBS에서만 개그콘서트만 남아있죠. 예능들이 정통 코미디가 사라지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득세를 이루면서 그런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사양되고 있는데요. 몸으로 웃기는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입담과 컨셉으로만으로 웃기는 시대가 되면서 굳이 망가지는 개그맨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웃기고 인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똑같이 웃기더라도 팬심이 약한 개그맨에 비해,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아이돌이 웃겼을 때 휠씬 파급력이나 주목도가 커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MBC 세바퀴, 우결, SBS 스타킹, 강심장, 영웅호걸, KBS 승승장구 등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아이돌들이 하나둘씩 고정자리를 꿰차고, MBC 꽃다발과 같은 아예 아이돌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대두되게 됩니다. 방송사에서도 기본적인 시청률을 만들어주는 아이돌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게다가 연말 시상식에서도 개그맨을 위한 상은 찾아볼 수 없고, 연예대상은 이제 개그맨들을 위한 시상식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MBC 무한도전에서 연말 시상식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던 MBC 공채 개그맨들을 불러 정총무가 쏜다편을 통해 식사를 사주고 사기를 북돋아 주었을까요? 또한 정작 MBC 공채 개그맨임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는 방송사를 대신하여, 일개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대역이나 스텝들이 해야될 일들에 그들을 불러 없어진 개그맨들의 자리들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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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설연휴는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설연휴 내내 각방송사마다 아이돌이 없는 설특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경쟁도 치열했는데요. KBS 아이돌 건강 미녀 선발대회, 아이돌브레인대격돌, 빅스타 X파일,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 대회, SBS 아이돌의 제왕, 스타커플 최강전, MBC 아이돌스타7080가수왕, 스타댄스대격돌, 아이돌 스타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 등 봤던 아이돌 보고 또 보고... 티아라 효민은 트위터를 통해 설특집으로 12개 프로그램에 출연을 했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시청자들은 설연휴 내내 아이돌들의 모습들만 지겹도록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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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어르신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세시봉 콘서트 밖에 없었다고 생각되어질 정도로, 각 방송사들 모두 설연휴 가족들이 모여 세대를 아울러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배려는 없었는데요. 그저 아이돌만 끼워넣으면 기본적인 시청률이 보장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이번 설연휴는 아이돌에 의해 점령 당한 예능계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개그맨이 설 자리는 어디에? 그래도 기회는 주어야  

이런 개그맨들의 위기 속에서 KBS 1박2일에 출연 중인 강호동과 이수근은 "코미디언 아니가"를 주구장창 외치고 있고, MBC 2010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역시 수상소감에서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방송사에 부탁을 하기도 하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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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도 정말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것은 정말 한해동안 정말 많은 예능 프로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잔치 연예대상인데 개그야 그 외에 함께 했던 후배 동료들 오늘 이 잔치에 함께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내년에는 아무쪼록 후배들이 많은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서, 내년 연예대상은 올해보다 더 풍성하고 많은 후배들이 웃으면서 함께 이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그런 바램입니다"

뿐만 아니라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병만 역시 각각의 방송사를 떠나 개그맨 전체에 대하여 위기의식을 느끼고, 자신은 KBS의 개그맨임에도 불구하고 MBC, SBS에 코미디에 대해 투자해 달라고 수상소감을 남기며 감동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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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리고 좀 안타까운게 지금 코미디가 점점 없어져가고 있습니다.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주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연휴 특집에서도 보여졌듯이 방송사들은 무조건 시청률만 나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서로 앞다퉈 개그맨들을 버리고 아이돌들만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방송된 설연휴 예능 중 시청률 1위에 오른 것은 아이돌들의 프로그램이 아닌 SBS 동안선발대회(AGB닐슨 기준)였습니다. 오히려 아이돌을 타이틀로 내건 프로그램들은 모두 10% 미만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었죠.

물론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어버린 코미디 프로그램을 무조건 시청률에 상관없이 억지로 끌고 가야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개그맨들이 설 자리는 있어야, 그들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리얼 버라이어티에 유독 약한 개그맨들도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이 설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를 스스로 꿰하고 시도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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