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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있는 비담

Submitted by skagns on 2009. 12. 2. 06:36

요즘 비담을 보면 참 안쓰럽습니다. 비담이 유일하게 의지하고 사랑 받기를 원하는 단 한사람, 바로 선덕여왕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죠. 비담은 어릴 적 미실에서 버려져 문노의 손에서 키워지면서 감정이 없는 잔인함과 티끌하나 묻지 않은 순수함이 공존하는 야누스적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어릴 때부터 미실에게 버려져 부모의 낳은 정도 받아보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린 비담이 산적들을 독살시킨 이후부터 유일한 보호자였던 문노에게 키운 정도 받지 못하면서 항상 사랑을 갈구하는 애정결핍도 가지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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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서툴기만 한 비담이 그렇게 처음 마음을 연 덕만은 자신이 태어나 처음하는 첫사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리는 태어나 처음보는 사람을 어머니로 생각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인지 비담을 보다보면 미운 오리 새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비담은 백조가 되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암튼 비담은 자신이 권력을 취하는 이유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선덕여왕과의 혼인을 위해서인데요. 결국 비담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선덕여왕과의 혼인, 그리고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취하며 유신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비담은 자신이 원했던 단 하나, 그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점점 변해가게 되는데요. 결국 마지막에는 비담의 난까지 일으키게 되죠.

그런데 이런 비담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다보니 누가 미실의 아들이 아니랄까봐 그 파멸의 길 마저도 미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미실의 꿈(왕후)->미실의 난 = 비담의 꿈(여왕의 남편?)->비담의 난  

미실이 황실을 능가하는 권력을 손에 쥐고 왕후가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선덕여왕의 왼팔인 비담 역시 오른팔인 유신을 궁지로 몰아넣으면서 황실 직속기관 사량부령을 통해서 황실 내 No.1의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그렇게 장악한 권력으로 선덕여왕과 혼인하려 하는 것이죠.

먼저 미실은 사다함과의 연모를 포기하면서까지 왕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미실 역시 비담과 마찬가지로 왕후가 되려는 목적은 바로 연모입니다. 사다함에서 그 연모의 대상을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신의 신국으로 바꾸었던 것이죠. 그렇게 자신이 꿈꾸는 신국을 연모하면서 왕후가 되려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실은 번번히 왕후가 되지 못하면서 그 순수한 연모가 변질되기 시작하는데요. 결국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채 현실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그런 미실의 꺼저있던 불씨를 다시 되살린 것은 바로 덕만과 춘추인데요. 여자가 왕이 되겠다는 덕만과 골품제도를 무시하는 춘추를 보고 자극받아 커다란 벽으로만 느껴지던 신분의 한계를 깨어버리고 직접 자신이 여왕이 되기 위해 미실의 난을 일으키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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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역시 이런 미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비담은 삼한일통의 꿈을 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비담의 꿈이 아닙니다. 선덕여왕이 품는 꿈이기에 선덕여왕을 연모하면서 알콩달콩(?) 함께 만들어나갈 목표가 될 뿐이지요. 선덕여왕에 대한 연모가 없다면 이는 비담에게는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습니다. 그렇게 선덕여왕을 연모하면서 혼인을 하는 것이 비담이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였던 것이죠.

하지만 선덕여왕이 비담의 연모를 받아주지 않을 뿐더러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해주지 않고 자신을 냉정하게만 대함에 따라 결국 비담 역시 변하기 시작합니다. 비담은 선덕여왕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무슨 일이 있어도 신국을 구할 것이고 그래도 자신의 연모를 받아주지 않으면, 마지막에는 선덕여왕이 연모하는 신국이 직접 되겠다고 선언했었는데요. 결국 자신의 힘으로 신국을 구하지 못함에 따라 자신이 신국이 되기 위해 비담의 난을 일으키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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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미실과 비담은 그렇게 갈구하고 소원했던 자신들의 연모를 이루지 못한채 결국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요. 미실의 연모와 비담의 연모는 그 목적이 너무도 달랐지만 같은 방법으로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제 선덕여왕에서 비담의 난이 일어날 일도 머지 않았는데요. 과연 선덕여왕의 남은 이야기에서 비담이 어디까지 내몰리게 되고 결국 어떻게 비담의 난을 결정하게 되는지, 또한 그 와중에 어떤 식으로 선덕여왕의 죽음이 그려지게 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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