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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시청자마저 속여버린 치밀함

Submitted by skagns on 2009. 8. 27. 07:29

선덕여왕을 보다보면 정말 스릴러보는 듯합니다. 속이고 속는 머리싸움이 치열하고 수많은 복선에 시청자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네요. 암튼 드디어 덕만이 마지막 반전인 일식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이제 본격적인 미실과의 2라운드가 시작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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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을 보면서 정말 감탄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시청자마저 속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이미 여러개의 복선을 통해서 일식은 반드시 일어나고 덕만이 월천을 설득시킬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월천을 설득시키는 그것이 첨성대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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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각 진영의 참모격인 두사람의 조언이 재미난 역할을 합니다. 바로 덕만에게는 유신이, 미실에게는 설원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일단 어떠한 복선과 역할이 있었는지부터 알아볼까요?

먼저 덕만이 월천대사를 설득시킬 거라는 복선은 덕만과 유신의 대화에서 유신이 조언하는 부분에서 나왔는데요. 덕만이 월천대사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자 답답해할 때 유신은 이런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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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가 원하는 걸 그자에게서 들을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자가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요구하지 않아도 그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셔야 합니다..."

사실 이부분은 위의 말에 이어서 말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백성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그 중요성의 무게가 실리고 시청자들은 그 말에 선덕여왕이 여자라는 것에 비추어 그 의미를 부여하였을텐데요. 그런 의미 뿐만 아니라 이것은 하나의 복선으로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덕만이 월천대사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원하는 것을 해주면서 일식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될 거라는 것이죠.

그런데 시청자들이 유신의 진지한 말 속에서 월천대사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라는 월천대사와의 문제 해결에 대한 조언보다는 나중에 선덕여왕이 왕이 되고 난뒤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조언하는 것으로 받아드리게 하더라구요. 그리고 바로 덕만이 거짓으로 일식이 일어난다로 한번 유신과 알랑을 속이고, 일어나지 않는다로 비담을 속이는 장면으로 어느새 시청자들은 결국 덕만이 월천대사를 설득하지 못해 포기하고 일을 감행하는 것처럼 비추어지게 합니다. 또한 일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월천대사를 설득하지 못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심리싸움에 일식이 일어날 것인지 일어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하면서 시청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했는데요. 그렇게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덕만이 월천대사를 확실히 설득해서 정확한 일식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을 교묘하게 숨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알고보면 일식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데요. 덕만이 쌍생임을 밝히면서 당당하게 공주로 황실로 들어가려면 하늘의 힘인 일식을 통해 기존 예언을 뒤집고 자신의 존재의 당위성을 증명하여 자신이 신국의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택된 자라는 것을 밝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식이라는 하늘의 현상은 반드시 필요한데요.

중간에 또 시청자들을 속이는 내용을 넣어두기도 합니다. 덕만은 유신을 속여 일식은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일식이라는 부분에서 긍정을 하였기 때문에 미실의 권위를 떨어뜨림과 동시에 자신이 황실로 들어갈 때 반대할 명분을 줄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면 일식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미실이 일식에 대하여 긍정하였다 하더라도 결국 예언은 잘못된 것이며 어출쌍생 성골남진의 예언만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죠. 아무리 미실이 권위가 떨어지고 미실이 반대할 명분이 작아졌다 하나 화백회의에서는 이를 승인할리 만무합니다. 이 당시 화백회의 역시 미실이 장악하고 있었을 뿐더러 덕만의 공주로써의 인정은 화백회의의 통과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듯 처음과 끝만보면 결과는 분명한 것을 선덕여왕에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치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덕여왕을 보면서 덕만과 미실의 심리싸움 외에도 재미난 것이 있는데요. 바로 미실과 설원의 대화 속에서 나온 내용 때문입니다. 덕만의 계략 속에 흔들리는 미실에게 설원이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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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패와 진패라는 그 말, 거기에 속지 마시옵서서, 허패일까 진패일까 고민하는 것부터 말려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미실과 덕만의 심리싸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인 너희들도 이미 말려들어 있다라고 말하는 듯 하더군요. 일식이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덕만의 패, 미실의 대응에 몰입되면서 첨부터 나와 있는 결과를 간과해 버리면서 말이에요. 이런 설원의 대사가 마치 단순한 이야기 전개를 넘어 이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너희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라고 조언을 하는 것만 같아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또 이런 비슷한 것은 이전에 덕만의 말에서도 나오는데요. 미실이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미실이 흔들리 않아도, 주위가 흔들리면서 일식이 일어난다는 자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자가 격렬히 자기 주장을 하게 되면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을 합니다. 저 역시 보면서 어느새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주장을 판단하면서 제가 미실이 되어 일식이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상황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여 결국 갈피를 못잡게 되어 버리더라구요.

이번에 덕만과 미실의 대결은 정말 이중 삼중의 전략들을 써먹는 덕만과 이를 푸는 미실의 대응이 김탄을 자아내게 했는데요. 암튼 이렇듯 대사 하나 하나 가볍게 볼 수 없고 곳곳에 깔리는 복선의 탄탄한 스토리와 교묘한 연출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 이제 황실 안에서 벌어질 미실과 덕만의 제 2라운드 대결도 더욱 기다려지고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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