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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세경과 준혁의 키스가 씁쓸한 이유

Submitted by skagns on 2010. 3. 19. 06:14

저는 요 근래 지붕 뚫고 하이킥이 공감하기 힘든 전개가 많이 그려졌다 하나, 여전히 하이킥에 대한 기대감과 종영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상당히 컸었습니다. 수많은 하이킥의 시청자들이 그 결말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반전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하여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해피엔딩이다 새드엔딩이다 갖은 추측과 우려가 난무 했었죠.

또한 준혁과 세경, 지훈과 정음의 러브라인을 두고 많은 기대감과 아쉬움이 함께 했고, 각자가 원하는 결말을 추측하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에 대한 결말을 철저히 비밀로 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인터뷰를 통해 한 제작진은 “세경과 정음이 누구와 맺어지고 맺어지지 않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진정으로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보여주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커플 간 이어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기도 했고, 도대체 남은 2회 동안 어떤 마무리를 보여줄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125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생뚱맞은 엔딩이 그려졌는데요.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나온 준혁과 세경의 키스가 참 실망스럽고 씁쓸하게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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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불과 1회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준혁과 세경, 지훈과 정음의 관계는 정리가 될 필요성이 있었고, 거의 끝부분까지는 그것이 시청자로서 원하는 스토리건 아니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만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분에서 그 둘의 키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전 하이킥은 세호의 소설에서 준혁과 세경이 결혼까지 하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준세라인을 지지하면서, 하이킥의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소설에서나마 이어지는 것에 속시원함을 느끼기도 했었죠. 그런데 그런 소설 속에서도 준혁과 세경의 키스는 절묘한 타이밍과 스토리 끊기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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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가는 그렇게 아껴두었던 준혁과 세경의 키스신을, 이별을 앞두고 애절함에 하는 눈물의 키스로 그려내면, 준세라인의 절정을 찍으며 순수하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하지만 이런 키스는 다소 쌩뚱맞고 단순히 멜로물의 진부한 극적 키스신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 키스신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준혁의 입장에서 안타까워하며 보고 있었는데요. 준혁에게 미안해서 안절부절하는 세경과 그런 세경을 미워해야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준혁이 정말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면서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세경과 마추치지 않으려 피하는 준혁을 보면서 준혁의 심정과 첫사랑의 소심함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저의 첫사랑 때 성숙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떠올릴 수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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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이 세경과 대학교에서 교내 커플로 하고 싶었던 행복한 순간들을, 헤어짐을 앞두고 대학교에서 가서 캠퍼스를 거닐며 잠시나마 느껴보는 것도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준혁답게 그들의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웠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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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마음이야 어떻든 떠날 수 밖에 없는 세경은 준혁에게 오늘 했던, 그리고 교내 커플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떠나야 하는 자신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꼭 하라고 하고, 그런 세경의 말을 들으며 준혁이 슬픈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너무도 애절함이 느껴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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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지막 눈물의 키스 한방으로 감정이입이 확 깨져버리면서 "어라?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에 능숙한 어른도 아니고 19세 풋풋한 첫사랑을 하는 준혁에게는, '가지말았으면', '이대로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떠나지만 않았으면'하는 애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리액션은 입도장이 아닌 끌어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포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물론 19세의 혈기왕성한 준혁이 세경과 키스하고 끌어안고 하는 것은 수십번 수백번은 상상하고 하고 싶었겠죠. 하지만 첫사랑에게 이제 막 고백한, 그리고 그나마 서로 사귄 사이도 아니고, 잡아보려 했지만 떠나버리는 그녀를 이제는 볼 수도 없어 슬프고 힘들기만 한 준혁이 두근거림의 키스도 아닌, 정말 애절함에 입술이 저절로 다가가더라는 눈물의 키스를 감히 할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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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윤중로의 나무들에 벗꽃이 피면서 떨어지는 꽃잎들이 아름다운 한 장면으로 그려지며 열린 결말을 예고하여 새드엔딩을 가장한 해피엔딩의 여운을 주는 연출은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좋았지만, 그 속의 키스신은 너무 그들의 사랑을 극적으로 그리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욕심이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있어 진정 아름다운 모습은 키스가 아닌 포옹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게 멜로물에 있어 키스신이 엔딩에서 극적으로 그려지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지지만, 과연 하이킥에서 그것도 준혁과 세경의 러브라인에서 그런 공식을 따라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간 하이킥은 시트콤 답지 않게 여느 멜로물 보다도 감각적으로 감수성을 건드리면서 러브라인을 형성해 왔지만, 결국 마지막에 있어서는 멜로의 엔딩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모습에 진부하고 아쉬운 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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