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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은조에게 해피엔딩 없는 이유

Submitted by skagns on 2010. 5. 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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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에게 있어 은조는 어떤 존재일까요? 정우는 어린 시절 털보장씨가 거둬 길러주었지만, 따뜻한 손길 한번 느껴본 적 없었고 자기가 자신을 보살펴야 했었습니다. 아무도 자신에게 밥을 해주지 않아 정우는 항상 굶주려있고, 그런 정우에게 있어 밥은 종교이자 신앙이었죠.

그런데 은조가 오고부터는 강숙도 아닌 은조가, 아무도 해주지 않던 밥을 해줍니다. 그렇게 은조가 해주는 밥 한끼에 허기진 배를 달랠 수 있었죠. 밥을 해주던 은조는 정우에게 있어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정우는 은조가 떠나갔을 때도 다짐을 하죠. "은조는 이제 영원히 내 여자다.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서 굶기지는 않고 앞으로는 내가 먹여살리겠다"고 말이에요. 그렇게 정우는 자신에게 밥을 해준 은조에게 충성하기로 맘을 먹죠. 정우라는 캐릭터가 해병대를 제대했다는 설정을 강조하는 것은 군인이 나라에 충성하듯이 은조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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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조는 왜 정우에게 고분고분할까?  

웃을 줄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나쁜 기집애.

이 놈은 또 어디갔나? 어디서 또 그 나쁜 기집애를 웃겨주고 있는건가?

(송은조는 뽀레버 한정우의 여자다)

그렇게 까칠하고 고집세던 은조가 정우에게는 유독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웃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던 차갑고 무뚝뚝한 은조가 정우 앞에서는 웃습니다. 물론 항상 처음에는 반항을 합니다. "이거 놔!" 그렇게 뿌리쳐 보지만 정우의 완력과 억지 앞에서는 에누리 없습니다. 왜 짐승남 이미지의 택연을 캐스팅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정우의 말들은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들이기에 은조의 고집은 명분을 잃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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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우의 막무가내 완력과 가장 기본적인 설득 때문만은 아닌데요. 은조 역시 첨에는 정우가 예전 어릴 때 같이 살던 정우라는 것을 모르고 차갑게만 대했습니다. 아니, 아예 무시를 했었다고 해야겠죠. 그렇게 남과 엮이고 싶지 않았고 일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절대 가까이 하지도 않으며, 그 사람의 삶에 끼어드는 것은 병적으로 거부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우가 예전 어릴 때 같이 지냈던 그 뚱뚱했던 정우라는 것을 알게되자 맘의 문을 엽니다. 자연스레 대화도 하고 정우의 자뻑에 웃음도 나죠. 그렇게 대성도가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한 존재로 다가오게 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고 좋은 추억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 함께 하며 그런 악몽과 같은 시기를 같이 겪었다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다지 친하고 정겹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외롭게 지내다 고향 사람 만난 것처럼 은조에게는 반가운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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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가 차갑게 대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연관되지 않으려 항상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발톱을 세우고 있는 것은 무섭기 때문이었는데요. 어릴 적부터 강숙이 남자들을 뜯어먹고 사는 것에 대한 죄책감 속에서, 자신이 상처를 받을까 두렵고 자신이 상처를 주게될까 두려워 사람들과 엮이는 것 자체를 피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은조 역시 사람이기에 내면 속에는 외롭고 자신도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는 없는데요. 그래서 대성도가에서 유일하게 "은조야"라는 이름을 불러주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일깨워 주며 다가온 기훈에게 흔들리고 자신의 마음을 줘버리고 만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기훈이 말없이 자신을 떠나게 되고, 결국 은조는 상처를 받게 되면서 겨우 열렸던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떠나려 하는데요.

이 때 미처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기 전에 문을 두드리며 들어온 것이 바로 대성이었습니다. 떠나려는 은조를 잡으며 믿음과 약속으로 은조의 마음에 들어오게 되지요. 그렇게 대성이 은조에게 대성도가에 남아있을 이유를 만들어 주었지만, 은조는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 수 없었고 자신이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하는 만큼 자신 역시 외로움의 크기도 커져만 갑니다. 

그런 외로움 속에서 정우의 등장은 은조에게 있어 가뭄 속에 힘들 때면 내리는 소나기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성도가 내에서 유일하게 자신과 강숙의 과거를 알고 있는 정우에게 은조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요. 은조는 대성도가에서 지내면서 강숙의 거짓된 모습에 괴로워하고 항상 자신이 강숙을 대신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숙의 본래 모습을 대성에게 차마 알릴수는 없었는데요. 그렇게 대성이 뜯어먹히는 것을 보며 방관자로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정말 죄스럽고 힘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성도가에서 자신만 알고 있던 강숙의 본 모습을 알고 있는 정우를 만났을 때, 은조는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짐의 무게가 반으로 나누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요. 그렇게 함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성도가 내에서 외롭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은조에게 있어 정우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러기에 정우 앞에서는 일부러 발톱을 세우고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은조의 솔직한 본래 모습이 드러나게 되지요.

그렇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웃지 않았던 은조가 정우 앞에서는 웃을 수 있고, 먹을 것에 집착하면서 자신을 위해주는 정우에 대한 고마움을 애써 숨기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병대 월급을 모아와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내밀며 마누라에게 월급 가져다 주듯이 하고, 대성도가가 돈 때문에 허덕이며 대출받으러 갔을 때 돈 필요하냐며 자기가 준 해병대 월급을 쓰라는 정우를 보면, 그리고 매번 대책없이 자기 인생을 책임진다 밥은 안 굶긴다는 정우를 보면 '풋'하고 기가차서라도 웃게 되죠. 또 왕관 브러지가 빵이라며 달고 있으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은 절대 밥을 굶지 않는다는 정우의 그 바보 멍충이 같은 말이 은조는 믿고 싶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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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조에게 정우는 어떤 존재일까?  

그 누구에게도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던 은조가 정우 앞에서는 웃고, 정우가 가스나 밥 묵자 하면 밥 먹고, 빵이라며 달아주는 왕관 브러지를 받아 달고 다니는데요. 그렇다면 은조는 정우를 자신도 모르고 사랑하고 있는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우는 은조에게 있어 동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죠. 자신과 어린 시절 악몽같은 시기를 함께 했던 동생으로 지금 대성도가에서는 유일하게 기댈수 있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잔인하게 말하자면, 은조를 마누라 대하듯 챙기고 정우가 은조 인생을 책임진다고 말하는 것을 웃고 넘기는 것은 그런 정우가 귀엽고 굳이 부정하면서 말대꾸하기 귀찮았기 때문이죠. 은조가 정우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정우가 자신의 해병대 월급 통장을 줄 때와 정우가 은조 앞에서 쇼를 보여줄 때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드러납니다.

까불지 마라. 이건 받아둘께. 이걸로 이자놀이를 하든 몇 곱절을 불려서 너 장가갈 때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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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가 은조 앞에서 쇼를 보여줄 때도 그걸 보면서 우울했던 생각을 떨쳐버리고 진심으로 편하게 웃게되지만, 연출에서 보여주듯이 정우의 쇼는 은조에게 어릴 적 정우가 자신의 앞에서 재롱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뚱뚱했던 정우가 크면서 멋진 훈남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났지만 은조에게 있어 정우는 결코 남자가 아닌 어릴 적 함께 했던 동생일 뿐이죠.

그리고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은조와 정우가 함께 앉아있는 장면들을 보면 항상 서로 거리를 두고 중간에 한 사람이 더 앉을 수 있는 간격으로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은조와 정우 사이는 결코 남녀 사이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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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조에게 과연 해피엔딩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게 은조에게 있어 남자는 기훈 한 사람뿐인 거 같은데요. 그렇다고 이 죽일 놈의 사랑이나 발리에서 생긴 일 같이 파격적으로 작가가 미친 척하고 반전을 만들지 않는 이상, 기훈하고도 이루어질 가능성은 은조 성격으로 볼 때 절대 없다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스토리상 이제 은조가 기훈의 고백이나 다른 방법으로 기훈의 배신으로 인해 대성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더욱 은조는 기훈을 지치지 않고 평생 살아갈 힘을 얻으며 미워하게 되겠지요. 은조와 기훈의 첫만남처럼 이렇게 머리끄덩이를 잡아 당기고 깨물고 하면서 화를 내지도 않고, 단지 미워하는 것 그걸로 됐다는 은조의 말이 잔인하면서도 슬프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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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데렐라인 효선과 왕자 기훈은 효선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기훈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사랑을 원하며 이어질 듯 합니다. 계속적으로 보여주는 지독할 정도로 구박을 받더라도 사랑을 갈구하는 효선의 모습을 보면, 이후 기훈에 대한 감정 역시 미움과 증오로 바뀔 것이라 생각하기는 다소 힘든 것이 사실이고, 일부러 작가가 이후 스토리를 납득시키기 위해 효선은 사랑과 이해, 용서의 캐릭터로 이끌어가는 듯한 생각도 듭니다. 또한 기훈 역시 대성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평생 효선 옆에서 효선을 보살피려고 하겠지요.

그런 가운데 은조와 정우가 이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볼 때, 은조에게 있어 해피엔딩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숙의 뉘우침? 대성도가의 성공? 글쎄요... 암튼 그렇게 신데렐라 언니 스토리 상으로는 아마도 모든 오해와 갈등이 풀리고 해소되면서 해피엔딩이 되겠지만, 은조에게 있어서는 새드엔딩이 될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P.S> 언제쯤 은조가 이렇게 활짝 웃게 될까요? 은조에게도 해피엔딩으로 마지막에는 이렇게 활짝 웃는 은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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