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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한국판 조커 천지호의 미친 존재감

Submitted by skagns on 2010. 2. 21. 07:17

추노꾼은 도망간 노비를 수색해서 연행해오는 사람을 말합니다. 드라마 추노에서 대길(장혁)이 추노꾼으로써 송태하를 쫓으면서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죠. 천지호 역시 추노꾼인데요. 천지호는 몰락한 양반집 아들이었던 대길을 거둬들여 추노꾼으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천지호를 보다보면 조커가 생각이 나는데요. 물론 조커의 철학이나 사상, 목적은 천지호의 그것과 같지는 않습니다. 조커는 인간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에 그 근본을 두고, 인간이 겉보기와 다르게 얼마나 속이 추악한지를 들춰내려는 실험을 하죠. 또한 사회의 룰을 적용 받으며 그들의 계획의 일부가 되기 싫다고 하면서 자신 스스로 선과 악 중에서 혼돈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조커의 살인, 악행 등은 자신의 그런 철학 및 사상을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 및 수단으로 이용될 뿐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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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호는 한때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었지만 자신이 거둬들이고 키운 졸병이었던 대길이 청출어람하면서 2인자로 밀려난 저잣거리의 왈패로 돈만 주면 뭐든지 하는 인물이죠. 요즘 그런 천지호를 보다보면 대길의 카리스마 못지 않게 눈에 띄는데요. 그의 웃음소리를 듣다보면 카리스마를 넘어 섬뜩함마저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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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입으로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조커와 섬뜩한 웃음 소리의 천지호를 볼 때면 둘 다 알게 모르게 어떤 진지함이 느껴지는데요. 조커의 찢어진 입은 한번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을 때 아버지에 의해, 한번은 웃는 모습을 좋아하던 아내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찢은 거라고 하죠. 이렇듯 조커의 그 찢어진 입으로 항상 웃고 있는 그 모습은 내면의 슬픔을 담고 있는데요. 천지호 역시 돈을 위해서 황철웅과 동행하면서 악행에 가담하지만, 그 일로 벼슬아치의 뒤치닥거리만 하다가 이용만 당하고 아끼던 부하들을 하나둘씩 잃게 되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우는 듯한 슬픔이 담긴 섬뜩한 웃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조커와 천지호는 둘다 무정부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로부터 지배당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조커의 경우 고담시 자체에 위협이 될 정도의 반사회적인 테러리스트 수준이고, 천지호는 굳이 그들의 지배를 받는 사회를 바꾸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만 문제가 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개인적인 수준이죠.

그렇게 조커는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지능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려하는 혼돈의 사회적 캐릭터인 반면, 천지호는 본능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의 부하를 잃은데에 따른 복수를 하는 개인적인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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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추노에 있어 천지호는 단순히 개인적인 캐릭터로 치부하기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은데요. 주인공인 대길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시대적인 배경으로 노비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물건과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이 세상의 절반이었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소수의 양반에 의해 이끌어가는 조정이니 정치니 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죠.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송태하와 서생들은 양반의 입장에서 원손을 내세우며 왕을 바꾸어 세상을 바꾸려하고, 업복이가 소속되어 있는 상것들이 모여있는 당은 노비의 입장에서 양반들을 모두 죽이고 상것들의 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천지호는 이런 추노에서 어떤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천지호는 세상을 바꾸거나 양반들을 모두 죽이고 상것들의 세상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조정과 양반의 일에 간섭하지 않듯이, 그들도 저자의 일을 간섭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죠.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사고가 아닌, 본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황철웅이라는 양반에 의해 자신의 부하를 잃게 되면서, 어떠한 정치적인 명분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명분으로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 것이죠. 대길이 송태하를 잡고 늘어지듯이 자신은 황철웅을 잡고 늘어지면서 송태하와 황철웅의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대결에 있어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게 됩니다. 어떠한 정치적인 계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문제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조선이라는 신체 중 머리에서 양반인 송태하 패거리와 기득권 세력이 권력다툼을 하는 가운데, 업복이 소속되어 있는 당은 바이러스로써 머리를 잘라내고 몸뚱아리를 감염시켜 상것 세상을 만들려고 함에 따라, 천지호는 주인공 대길과 마찬가지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돌연변이로써 추노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렇게 추노를 보다보면 장혁 등 남자들의 복근과 카리스마에 눈길이 가면서, 쫓고 쫒기는 추격씬과 액션씬, 그리고 대길과 혜원, 송태하와의 사랑이야기들이 부각되지만, 추노의 시대적 배경에 따른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참 무거운 드라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그런 무거움에서 나오는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이 흠뻑 빠져들게 되네요. 앞으로 남은 이야기 동안 대길과 천지호가 돌연변이로써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어떤 변수들을 만들어 내게 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추노에서 배트맨은 누굴까요? 송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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